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외부인사 영입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인재(人材)'가 '인재(人災)'가 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미지를 우선 고려해 영입을 서두른 탓에 검증 시스템 부실해 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함익병 피부과 원장과 일반인 노재승씨를 발탁했다가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일면서 후폭풍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인재영입 1호'였던 조동연 조교수의 사생활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8일 재경광주전남향우회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 공동선대위원장의 영입과 관련해 "(노 위원장이)청년과 자영업자라는 2가지 포인트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추천에 의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위촉됐는데, 선대위에서 민간인 신분 때 한 이야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한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윤 후보는 노 위원장이 과거 5·18 민주화 운동과 백범 김구 등에 대한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누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꼭 논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노 위원장은 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뒤 지난 광복절 자신의 SNS에 '김구 선생을 담은 포스터는 있어도 이승만 대통령을 담은 포스터는 없다'는 글을 공유하면서 "김구는 국밥 좀 늦게 나왔다고 사람 죽인 인간"이라고 적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난 5월에는 '5·18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대한민국 성역화 1대장"이라고 적은 글도 함께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노 위원장 논란 전에도 함 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가 그가 과거에 '독재가 뭐가 나쁘냐', '군대 안가는 여자는 4분의 3만 권리 행사해야 한다'는 발언이 다시 논란이 되면서 7시간 만에 인선을 철회한 일이 있다.
민주당은 노 위원장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오섭 선대위 대변인은 "국민의힘에서 모두가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할 정도의 해괴한 극우 인사는 과연 누가 영입한 것이냐"며 "윤 후보는 노 위원장을 영입한 경위와 망언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밖에도 특혜성 비위 혐의로 탈당했던 전봉민 의원을 복당시키고 '부울경 본부장'에 임명해 민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역시 조 교수의 사생활 논란이 계속되면서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초 조 교수가 직접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하면서 진화가 되는 듯했으나, 그의 변호인이 '성폭행 임신'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논란이 확전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재영입 1호라는 상징성에 상처가 난 민주당은 조 교수의 입장 발표로 여론을 뒤집는 데 총력을 쏟으면서 찬반 양상으로 끌고 가는 모습이다.
여기에 조 교수의 사생활을 처음으로 들춰낸 가로세로연구소의 강용석 변호사가 "조 교수의 성폭행범을 처벌해달라"면서 경찰에 고발하며 사태는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날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조 교수가)잘못한 게 없으니 더는 어디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강 변호사에 대해서도 "그러한 인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따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각각의 셈법을 앞세우는 과정에서 검증에 상대적으로 소홀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민주당의 경우 젊은 세대, 여성 등의 이미지를 먼저 고려하는 과정에서 정작 도덕성 검증이 부실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경우에도 전통적 보수층과 중도층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선대위 구성이 고려하는 과정에서 중도 성향을 보였던 정치인 영입과 함께 강경한 발언을 해온 인사들이 함께 배치되면서 논란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선거에 임박해 구도를 본 뒤 새로운 사람을 채워넣는 식의 인사 시스템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에서 오랫동안 봉사하며 검증받은 인물이 전면에 나서서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대선이 돼야 하는데, 선거에 임박해 새로운 사람으로 이미지를 쇄신하려다 보니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사람에게 직이 돌아가는 상황이 나오는 것"이라며 "이번 논란으로 정당에 오래 몸담아온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 또한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
조동연 조교수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인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