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심의관
![[포럼] 탈진실 시대, 끊임없이 의문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2112/2021123002102369061001[1].jpg "[포럼] 탈진실 시대, 끊임없이 의문하라")
이들 조사결과는 한국에서 유튜브의 영향력과 문제점을 잘 드러내 주지만,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만이 아니라 주류 언론까지 포함된 거대한 허위정보 생성-배포 네트워크 형성의 가능성이다. 같은 시기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들은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가짜뉴스와 편파적 기사를 들고 있고, 종이신문과 종합편성채널은 물론 지상파방송을 통해서 허위정보를 접한 경우도 약 30~40%에 이르렀다.
즉 주류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상당수의 일반 국민들은 가짜뉴스의 유통 채널로 언론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의 주된 유통경로이지만, 변화된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주류 언론 또한 이러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한국만이 아니라 정치·사회적 양극화 속에서 지금 전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은 참여의 다양화와 정보의 민주화를 이루어냈지만,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도 있다. 공공기관과 미디어에 대한 불신, 냉전 종식 이후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기에 이념의 공백을 메우며 등장한 정치적 양극화와 포퓰리즘의 재등장이라는 역사적·정치적 배경에서 등장한 '탈진실(Post truth) 시대'는 디지털 기술 위에서 가짜뉴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토양을 제공하였다.
가짜뉴스가 실제 선거와 정책 결정, 그리고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난 2016년의 미국 대선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투표가 너무 잘 보여주었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등장한 다양한 매체들과 그것이 작동하는 알고리즘 자체가 우리를 잘못된 정보로 이끌 수 있으며, 이는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치명적 위험이 되고 있다.
가짜뉴스로부터 사회의 신뢰와 진실을 지켜내는데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개인과 사회의 합의와 사회적 신뢰의 구축이다. 국가는 표현의 자유 보장, 신뢰성 있는 미디어 생태계 구축 등에 더해, 시민들의 디지털 문해력 함양, 정부를 비롯한 공공의 디지털 지혜의 증대,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 기술회사의 자율적 역할 확대와 알고리즘 투명성의 확보, 그리고 가짜뉴스의 국제적 확산과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한 최근 몇 년 가짜뉴스와 허위정보에 대한 각국의 다양한 규제와 입법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의 번역 기능을 활용하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그것이 감염병 퇴치에 가장 큰 장애였음을 보여준 '코로나19 디스인포데믹(허위정보 범람현상)'은 기존의 대응에 더해 새로운 과제를 던져준다.
즉 기존의 일국 차원의 입법적 대응은 국경을 넘어 빠르게 발생하고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대응하기에는 너무 둔감하고 낡았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서는 일국적 대응만으로는 가짜뉴스의 확산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연결성이다.
'탈진실 시대' 가짜뉴스에 맞서 우리 개인은 어떻게해야 하는가? 인간의 인지론적 한계와 인지편향을 증폭시키는 정보기술의 시대에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는 어떻게 사실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을 것인가? 누구나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권리는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사실은 가질 수 없다.
경험적 증거를 통해 우리의 믿음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과학적 태도, 사실을 가리는 어떠한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태도는 '탈진실 시대'에 시민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 어떤 허위정보가 넘쳐나더라도 결국 세상에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원문=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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