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당초 지난해말까지 비축계획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결국 해를 넘겼고 최대 6개월 가량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칫 올 들어 제2, 제3의 요소수 공급 대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리 산업은 희소금속은 물론 광물자원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가 차원의 공급 계획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 중인 금속비축종합계획은 당초 목표였던 지난해를 넘겨 빨라야 올 상반기 내에 나올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요소수 등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발생하면서 금속비축종합계획을 포함한 종합적인 공급망 대책을 마련 중인데, 정책을 연동시켜야 해 조금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반기 내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금속비축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한 것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망간의 중국 의존도는 100%다. 역시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과 흑연도 중국 의존도가 80% 이상이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처럼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산업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분야다.
정부는 관리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희소금속 비축체계를 통합하는 일원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조달청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각각 관리하던 희소금속을 광해공단으로 통합·이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달청이 갖고 있는 희소금속을 광해공단에서 구매해야 하는데, 올해에는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다. 매달 치솟고 있는 희소금속 시세를 감안하면 추후 예산이 더 들 수도 있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이관해와야 하는 품목 금액이 지난해에는 800억원대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광물 시세가 계속 뛰고 있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품목별로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오르기도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유 자원이 희박한 '자원빈(貧)국'일수록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진영 박사는 "희소금속은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자원"이라며 "현재는 국내 제련사에서 생산 가능한 철강 등 일부 범용 금속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금속자원은 90%이상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국의 상황에 따라 공급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국내에서 생산 자체가 어렵다면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와 개발 교류를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많이 발달해있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환자원을 재활용해 원료를 확보하는 등 최근까지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앞으로는 이것을 만들 수 있는 원료소재(자원)과 관련한 기술 개발과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금속자원 확보 과제' 보고서에서 "주요국이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을 국가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비축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신산업 성장에 따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금속자원 확보·활용·관리 등 국가비축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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