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부문 관세 철폐 피했지만
국민 방사능 식품수입 걱정 많아
누적 원산지 기준 등 악용 우려
국민 방사능 식품수입 걱정 많아
누적 원산지 기준 등 악용 우려
일본산 농수산물을 비롯해 식품 수입은 국내 농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사안이다. 또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노출 일본산 식품 수입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큰 상황이다. RCEP 발효에 따라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는 효과를 갖게 되자, 일본 정부가 자국산 식품수입 규제 철회를 다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RCEP에 이어 우리 정부는 개방도가 더 높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일본의 자국산 식품 수입규제 철폐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2일 농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일 발효된 RCEP은 한국, 중국, 일본과 아세안 국가를 비롯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무역협정이다. GDP(26조달러) 규모 면에서도 유사 다자무역협정을 넘어서며, 무역규모는 전 세계 약 2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블록을 형성한다. 특히 한일 양국은 최초로 FTA를 맺게 되는 효과로, 상호 83% 수준으로 시장 개방이 이뤄지게 됐다.
RCEP이 발효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는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며, 한국에 수입 규제를 조기 철폐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RCEP을 통해 일본은 품목 수 기준으로 41.7%, 수입액 기준 14%에 해당하는 한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인하하기로 했다. 자동차와 기계, 농산물 등 민감 품목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RCEP의 세부 규정이 일본산 식품의 원산지 추적을 어렵게 하고, 우회 수입을 가능케 하는 통로라고 주장하고 있다.
RCEP은 누적 원산지 기준을 적용한다. 이는 회원국의 원산지 재료를 국내산 재료로 간주한다. 또 최종 상품은 역내산으로 인정하는 등 원산지 규제를 완화한다. 일본산 농·수산물의 수입은 이를 원료로 한 식품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농업계 주장이다.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RCEP에 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 추진되고 있는데, 특히 CPTPP는 농업 개방도가 96%에 달한다"며 "일본은 CPTPP 의장국으로 후발국에 가입 조건으로 농산물 수입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RCEP과 CPTPP로 토종 농산물의 설 자리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수 방사능 사고로 후쿠시마와 주변 8개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방사능 관련 검출 기준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자국산 수산물에 방사능 오염물질이 검출된 증거가 없다'며 우리나라의 수입규제 조치가 부당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2018년 2월 22일 WTO 패널 1심에서 한국은 패소했으나, 그해 4월 상소를 제기해 2019년 4월 11일 상소기구 최종심인 2심에서 우리나라가 승소했다. 이민호기자 lm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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