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전반이 위기 상황이다. 노동력 감소와 기후변화, 시장개방 등 위기가 복합적으로 찾아왔다. 정부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이 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이와 관련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0년 출범한 '디지털농업추진단'을 통해 농업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종합해 영농현장에 확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 추진단은 사물인터넷(IoT) 기반 농업 데이터 수집과 자동화, 이를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 원예작물 품질 향상, 가축에 최적의 영양소 공급을 위한 정밀사양 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9일 서울 여의도 농촌진흥청 사무실에 만난 성제훈 디지털농업추진단장은 90년대 중반 박사학위 중 작물 생육 상태에 맞게 최적의 양액 농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연구했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스마트팜 선구자 중 한명이다.98년 농촌진흥청에 입사한 후 농진청 수확후관리공학과장, 스마트팜과장을 거쳤다.
한국 스마트팜은 박근혜 정부 들어 '혁신성장 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본격 보급됐다. 성 단장은 "(박근혜 정부)당시 스마트팜 연구개발과 보급을 추진하면 '성과 제시'를 때맞춰 하기 위해 한국 스마트팜을 세대별로 세분화해 추진했다"고 밝혔다.
1세대 스마트팜은 현대화된 시설의 농장에 센서와 무선통신을 통한 원격 모니터링 및 제어를 도입해 농장 관리의 편의성을 높이는 단계다. 2세대는 농장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분석, 활용해 '최적의 영농 및 농장 관리 의사결정지원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이터 활용형 지능형 농장을 구현하는 단계다.
성 단장은 "스마트팜은 주로 생산 단계라면 디지털농업은 생산뿐만이 아니고 생산, 수확, 유통, 소비자 반응까지도 피드백을 받아서 디지털로 피드백을 받아서 다음에 농사 계획을 세우는 이 전체 순환 과정으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1세대에서 2세대 스마트팜 보급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만든 계기가 올해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서 열렸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을 포괄하는 법률로 개인은 개인정보를 익명화해 제공하는 대신 제3자가 데이터를 관리하고 분석, 추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농민들은 자신의 농지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든 받아볼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성 단장은 "(이런 성과도 있지만) 농업에서 생산된 데이터의 수집, 공유, 소유권에 대한 정의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사업으로 시작한 스마트팜의 경우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이를 활용한다. 하지만 민간이 자체적으로 다국적 농업기업을 통해 스마트팜을 설치하게 되면 거기서 생성된 정보를 활용해 또 컨설팅 서비스에 활용하거나 제품 개발에 이용해도 이를 막을 길이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성 단장은 "스마트팜 데이터의 표준을 만들어서 데이터 수집과 공유, 소유권에 대한 정의를 만드는 것이 국가기관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어느 한 업체가 정보를 독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업체가 스마트팜을 개발해도 표준 규격에 맞추도록 해야 장기적으로 개발과 보급,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해야 한 업체가 없어져도 다른 업체가 소비자 지원을 할 수 있다.
성 단장은 "민간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아 나서지 않는 일에, 기관이 농민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호기자 lmh@dt.co.kr
2020년 출범한 농촌진흥청의 '디지털농업추진단'은 농업의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종합해 영농현장에 확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성제훈 단장(사진)은 90년대부터 스마트팜 관련 기술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한국 스마트팜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디지털농업추진단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