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매매 51.1% 차지
대선주자 재개발 규제완화 공약
교통호재·낙후 지역 쏠림 현상
대선주자 재개발 규제완화 공약
교통호재·낙후 지역 쏠림 현상
![[재건축 시동, 다시 뜨는 빌라] 규제 적은 `빌테크`… 노후주택 밀집 지역, 대선이후 보고 몰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2102101332057001[1].jpg "[재건축 시동, 다시 뜨는 빌라] 규제 적은 `빌테크`… 노후주택 밀집 지역, 대선이후 보고 몰린다")
"신혼집으로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다가 비용이 감당이 안 돼 남편과 상의 끝에 빌라를 한 채 샀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셋값까지 치솟자 30대 직장인 A씨는 경기도 아파트와 서울 빌라를 놓고 고민하다 서울 성동구의 신축빌라에 입주했다.
A씨는 "남편이 구리나 남양주 쪽 구축 아파트라도 찾아보자고 했는데 둘 다 직장이 서울이라 출퇴근 시간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았다"며 "입지가 좋아 매매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샀는데, 구입 당시보다 가격이 조금 올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에서 매매된 주택 2건 가운데 1건은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빌라는 주차나 쓰레기 처리 문제 등 아파트보다 불편한 점이 많아 선호도가 낮았다. 하지만 현 정부의 아파트 대출 규제 강화에 여야 대선 주자들의 재개발 규제 완화 공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빌라 쪽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주택유형별 매매 통계(신고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서울의 빌라 매매 건수는 총 6만4821건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아파트) 매매 건수 12만6834건의 51.1%에 달한다.
2006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연간으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로, 2020년(37.9%)보다 13.2%포인트 증가했다. 서울 주택 매매 시장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27.9%에서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증가세지만, 1년 새 오름폭이 13%포인트를 넘은 것은 역대 최고 기록이다.
같은 기간 아파트 매매 비중은 39.2%에 그치며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빌라 매매 비중이 아파트 매매 비중보다 높은 것은 2007년(빌라 44.0%·아파트 41.3%)에 이어 두 번째다.
지역별로 보면 빌라 매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은평구(69.4%)였다. 강북구(68.2%)와 광진구(63.0%), 강서구(62.4%), 양천구(61.9%)도 60%를 넘겼다. 송파구(59.5%)와 금천구(58.3%), 관악구(57.9%), 강동구(53.2%), 마포·동작구(각 52.8%), 중랑구(52.1%)도 지난해 전체 주택 매매 건수 중 절반 이상이 빌라였다.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은평구 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은평구는 낡은 단독주택과 다세대 연립주택이 많아 서울에서도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라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등 교통 호재에다 빌라 밀집지역의 재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빌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14개월 연속으로 빌라 매매 건수가 아파트 매매 건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서울 빌라 매매(계약일 기준)는 각각 2121건, 93건으로 아파트 매매(776건, 29건)의 약 3배에 달한다.
빌라는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차기 대선주자들의 재개발 규제완화 공약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신속통합기획 등 주택공급 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투자처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두꺼비도 새 집 달라고 한다, 사람도 새 집이 필요하다"면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신도시 노후화로 인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비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같은 공약을 내놓았다.
40대 교사 B씨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최근 강서구 등촌동 일대 노후 빌라를 사들였다. 그는 "9호선 등촌역과 함께 강북횡단선이 개통되면 지금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재개발 투자가치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에 거주하는 60대 자영업자 C씨는 증여 목적으로 은평구 재개발 예정지의 빌라를 매매 계약했다. 그는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귀국 후 서울에서 자리를 잡길 원한다"며 "아파트는 너무 비싸서 못 사고 장기적으로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많이 알아보고 산 것"이라고 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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