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K-SW서비스, 글로벌 지형도 바꾼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02/2022022102102269650001[1].jpg "[안경애 칼럼] K-SW서비스, 글로벌 지형도 바꾼다")
최근 미국 화물운송 대기업 JB헌트가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 트럭 화물배송 서비스 첫 고객으로 계약을 맺은 것은 상징성이 크다. 미 일부 지역에서 공동 시험주행을 해온 두 회사는 추가 시험주행을 거쳐 상용 서비스로 지평을 넓히기로 했다. 웨이모는 차량 제조사 등과 협력해 차량과 주행 서비스를 결합한 '서비스로서의 드라이버' 모델을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20세기가 헨리 포드가 이뤄낸 차량 양산을 통한 '자동차 대중화' 시대로 기록됐다면, 21세기는 자율주행차로 인한 이동의 자유, 운전에서의 해방 시대가 될 전망이다. 연봉 수억원이란 조건에도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이 트럭 운전사를 미래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다.
자동차 산업보다 서비스화의 물결이 다 강하게 밀어닥치는 곳이 IT산업이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두고 서버를 구매해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쓰던 기업들은 이런 모델을 버리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바일 생태계 격변만큼이나 큰 변화가 클라우드를 통해 일어나고 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전체 IT산업이 클라우드라는 무대 위에서 재구조화되고 있다. 키워드는 '모든 것의 서비스화'와 '전기처럼 꽂아 쓰는 IT'다. 삼성, SK, LG,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클라우드를 혁신의 기회로 보고 투자하고 있다.
관건은 이 흐름에서 웨이모가 될 것이냐, 트럭 운전사가 될 것이냐다. 혜안이 있는 사업가, 몸집이 가벼운 기업들은 이미 앞서서 뛰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관리서비스 시장을 처음 개척한 메가존클라우드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눈앞에 뒀다. 안정된 계열사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닌 독립 기업이 '맨땅'에서 이뤄낸 수치라는 데 의미가 더 크다. 이 회사는 20여 개 기업의 투자 러브콜을 받으며 B2B IT 시장에서 드물게 상장 전 시가총액 1조를 돌파한 유니콘 기업으로도 등극했다.
긍정적인 것은 전통 SI(시스템통합), SW(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클라우드, 특히 SaaS(SW서비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가 주는 대부분의 가치는 SaaS에서 만들어질 게 확실하다. 우물안 개구리에 그쳤던 국내 SW산업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SaaS에 있다. SaaS를 통해 기업들은 SW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B2B IT시장의 항공모함 격인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형 SI부터 쌍용정보통신 등 중견 SI, 더존비즈온, 한글과컴퓨터, 티맥스 등 SW기업까지 클라우드·SaaS를 목표로 하고 있다.
변화하는 기업은 기회를 잡고, 남은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과거 메인프레임 시대를 호령하며 글로벌 IT산업을 천하통일 했던 IBM의 몰락은 이를 잘 보여준다. 변화를 못 따라간 IBM의 시가총액은 약 1115억달러(약 133조3200억원)에 그친다. 반면 SaaS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세일즈포스는 B2B 영업·마케팅·고객관리 SaaS를 통해 시가총액 약 1939억달러(약 231조8000억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마트폰이 열어준 모바일 신생태계는 수많은 국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로 이어졌다. 이제 클라우드에서 또 한 번의 도약이 일어날 차례다. 기업은 사활을 건 기술투자, 외부 기업과의 열린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기술투자에 마중물을 만들어주고, 공공시장에서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디지털 경쟁력이 국가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좌우한다면 클라우드 전환은 국내 IT업계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 외산 기술의 공급선에 그칠 게 아니라 그들의 플랫폼을 타고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 답은 SaaS다.
안경애 ICT과학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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