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에 사실상의 관세를 부과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탄소배출 규제로 인한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관세 형태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역시 탄소집약적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조정세를 도입할 것을 예고했다.
세계 각국 정부는 기업들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저탄소 기술혁신 관련 재정투자 등 제도적 지원을 추진 중이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최소 1조유로(약 1400조원)를 투자·유치할 계획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2월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한 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1억달러 규모의 저탄소기술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수출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애플, 구글 등 전 세계 285개 이상의 기업은 2050년까지 소비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 캠페인'에 가입했다. 2020년 말부터 SK, LG화학, 한화큐셀 등 국내 기업들도 참여 선언을 이어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 5위(2018년 기준)인 우리나라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8년 기준 7억276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1.51%를 차지한다. 1951~2018년 누적배출량 기준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배출량이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우선 정부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분야 배출량 저감을 위해 탄소중립 산업대전환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18년 산업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6050만톤CO₂eq으로, 전체 배출량의 35.8%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연구개발(R&D) 전략'도 탄소중립 산업전환의 일환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탄소배출 저감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산업부는 단기개발이 시급한 기술을 우선적으로 2030년까지 개발 완료하고, 2050년까지 중장기적으로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산업부 탄소중립 R&D 예산은 지난해 8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R&D 전담기관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을 중심으로 석탄을 원료로 한 코크스 대신 무탄소 연료를 활용하는 철강 공정 기술, 폐플라스틱의 원료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기술,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을 대체할 비탄산염 기술 등 산업 분야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KEIT 관계자는 "산업분야 탄소중립 기술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가 늦어질수록 미래에 더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기술개발 투자가 온실가스 감축으로 연계될 수 있으려면 개발된 기술의 타당성을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대규모 실증 사업이 병행돼야 하며 정부의 R&D 투자도 이 부분에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