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영토대전] 온라인에 손님 뺏긴 백화점들 `몸집 키우기`로 승부수

입력: 2022-03-10 01:00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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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체 매출 절반이 '온라인'
17% 불과한 백화점 "영역 확장"
문화·휴식 누리는 복합쇼핑몰에
창고형 할인점·특화매장 문 열고
인수합병·플랫폼 활성화 등
이커머스시장에도 공격적 투자

[유통업계 영토대전] 온라인에 손님 뺏긴 백화점들 `몸집 키우기`로 승부수

서울 여의도동 IFC몰 내 아트리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2년 여의 팬데믹을 거친 유통업계는 이미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버린 상황에서 기존 쇼핑몰 중심의 오프라인 백화점으로는 고객을 붙잡을 수 없게 됐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유통업계가 내놓은 결론은 '영토 무한확장'이었다. 비대면 쇼핑의 맛을 알아버린 소비자들을 겨냥해 '메타버스'를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은 복합 쇼핑몰로 크기를 키워 문화를 향유하고 휴식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여기에 모빌리티와의 협력까지 더해 소비자들을 더 편하게 쇼핑 공간으로 유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는 소위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는 '엔데믹'에 맞춰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한번 주도권을 뺏기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최근 2년 동안 시장의 무게중심은 확실히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1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보다 11.3% 늘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7.5% 증가에 그친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5.7%나 급증했다.

전체 유통업체 매출에서 온라인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8.3%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백화점은 17.0%에 그쳤다.

위기에 처한 백화점들이 내놓은 해법은 온라인이 할 수 없는 복합 쇼핑몰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여의도에 선보인 더현대서울은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고, 2030세대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50.3%)을 차지해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쇼핑 공간이 아닌 실내 정원 '사운즈 포레스트'에 머문 평균 시간(약 37분)은 더현대서울 패션 브랜드의 평균 체류시간보다 9배 이상 길었다.

신세계는 더현대서울에 맞서 최근 몸값 4조4000억원의 여의도 IFC빌딩 인수전에 이지스자산운용 컨소시엄과 함께 참전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최종 낙찰자가 될 경우, 신세계는 전략적파트너로서 '여의도 스타필드' 만들기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여기에 매물에 포함된 콘래드 호텔이 신세계 그룹의 조선호텔 브랜드로 새롭게 문을 열게 되면, 신세계는 쇼핑과 관광을 아우르는 대규모 여의도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다.

롯데 역시 고객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다시 불러오기 위해 변신 중이다. 올 들어 기존 빅마켓을 리뉴얼한 창고형 할인점 '맥스'와 롯데마트 미래버전으로 포지셔닝 중인 식료품·와인·리빙·반려동물 특화 매장 '제타플렉스'를 잇달아 열었다. 특히 제타플렉스에는 와인(보틀벙커), 리빙(룸바이홈랩), 펫(콜리올리) 용품을 사기 위해 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을 대형마트로 유입시킨다는 전략이 녹아있다.

롯데는 또 한국 미니스톱을 인수해 2600여개 편의점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도 확보했다. 최근엔 차량공유 업계 1위 쏘카에 투자, 물류·유통·멤버십 등 롯데 그룹차원의 협업을 통해 혁신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인점포를 비롯해 모빌리티와의 결합 등 타 산업과의 융합도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쏘카와 롯데에 축적된 공유 자동차 서비스 노하우, 자율주행기술 투자 경험이 쇼핑, 물류, 관광자원과 결합하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의 경우 2024년부터 인천공항과 서울 잠실 구간을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 가능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UAM실증 비행을 추진 중이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 롯데호텔·백화점 등이 있는 잠실 건물 옥상에 이착륙장을 설치하고 자율주행 셔틀로 환승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승객을 잠실 주변 호텔, 쇼핑몰로 이동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유통업계는 오프라인뿐 아니라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치열한 영토확장 경쟁을 하고 있다.

신세계는 SSG닷컴의 상장을 추진 중이며, 상장으로 자금 조달력이 커지면 지난해 인수한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 가속화 등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롯데의 경우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이커머스 사업부에 기존 연공서열을 탈피한 새로운 직급체계를 도입, 성장 속도 높이기에 나섰다. 온·온프라인 융합서비스를 다양화하며 롯데온 플랫폼 활성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롯데마트 내 정비소의 타이어 교체 서비스와 연계한 스마트픽 서비스 출시하기도 했다. 회원수 약 200만명의 카페24 회원 대상으로 롯데온 입점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셀러수 증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