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혁TF 실무진 인선 착수
패턴 바꾸면 경호 문제 해결 가능
전문가 "실익 따져봐야" 한목소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설치를 반드시 이행하라는 엄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관련 TF팀이 신설되는 등 실무 검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실이나 외교부 독립청사 등을 활용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4일 윤 당선인이 '광화문 대통령' 공약에 따라 5월부터 첫 출근은 무조건 광화문으로 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원 위원장은 경호 등에 어려움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제가 정책본부장으로서 보안 사항이라서 이야기만 안 했을 뿐이지, 디테일 한 건 다 검토돼 있다"며 "머리 아플 것은 경호 쪽이지, 왜 약속한 사람이 머리가 아프냐.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당선인 직속 '청와대 개혁TF'도 실무진 인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와대에 마련된 대통령실 이전 공약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부터 검토됐지만 경호·경비 문제로 좀처럼 실현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찌감치 광화문 대통령실을 공약해 2년 가까이 검토를 거쳤으나, 결국 2019년 1월 "청와대에 있는 본관이나 영빈관 같은 의전 공간, 헬기장 또는 지하벙커 시설들은 옮길 수가 없다"며 이행 작업을 중단했다.
실제 그간에는 일반 도로에 둘러싸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집무실을 마련할 경우 주변에 고층 건물이 많아, 저격 등 테러로부터 대통령의 안전 확보를 하기 어려워지고, 대통령 헬기 2대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공간과 벙커 등의 대피 시설 확보도 마땅치 않다는 반론이 많았다.
여기에 집무실을 광화문에 둘 경우, 차기 윤 대통령이 머물 관저의 추가 확보도 필요한데, 관저 위치에 따라 대통령의 출퇴근 시마다 주변 교통을 통제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측에서는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경호 문제는 경호의 패턴을 바꾸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뜻은 좋지만, 청와대를 실제로 옮겨서 얻는 실익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총리가 출퇴근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한국은 상황이 다른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윤 당선인이 그렇게 원한다면 할 수 있게 해야겠지만, 어디서 근무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확실한 것은 대통령이 (관저를 따로 구해) 출퇴근 시 교통이 통제돼 체증이 발생하면 국민 불만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너무 구중궁궐에 들어앉아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인데 뜻은 좋지만, 그러기 위해 꼭 광화문에 집무실을 마련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며 "많은 비용이 들어갈 테고, 그 자체가 국민의 세금"이라고 말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13일 광화문 일대의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후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