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동 금융부장
![[DT현장] BNK금융 김지완 회장의 노욕](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502102269065001[1].jpg "[DT현장] BNK금융 김지완 회장의 노욕")
그런데 기실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는 김 회장이 아닌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이다. 김지완 회장은 1998년 부국증권 사장에서 시작해 2012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사장까지 증권사 사장만 14년을 지냈다. 여기에 2017년부터는 BNK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김지완 회장은 2020년 75세의 나이에 BNK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회장 재임 기간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BNK금융지주는 나이 제한 대신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형식을 빌어 이른바 '70세 룰'을 회피했다. 김정태 회장이 지난해 4연임 때 회장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한 것도 70세 룰 때문이었다. 결국 김지완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에 더해 최고령 최고경영자 자리에도 올랐다.
이뿐이 아니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한시적으로 성과급 추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2023년 그룹 중장기 경영계획을 조기 달성하기 위해 2021년에 한해 당기순익 목표의 120%를 달성하면 추가 성과보수를 지급하도록 했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7910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그 결과 김지완 회장의 성과급은 2020년 3억80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6억6000만원으로 70% 이상 급증했다.
장기 성과급으로 이연되는 상세 보수가 공개되지 않아 김지완 회장의 정확한 성과보수 총액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김지완 회장을 포함한 BNK금융지주 임원의 2021년 성과보수액이 88억8000만원으로 2020년(30억7000만원)보다 배증했다. 특히 2020년 14억3000만원에 불과했던 임원 대상 이연지급 성과보수는 2021년 71억1000만원으로 8배 이상 폭증했다. 김지완 회장의 2021년 성과보수액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중에서 최고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시적 추가 인센티브 도입 효과는 확실했다. 지난해 부산은행의 이자부문 이익은 16.2%나 늘어났다. 직전 2년간 부산은행의 이자부문 이익이 연속해서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원화대출금을 11.9%나 늘렸다. 대출자산 성장을 이끈 건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융당국의 6% 내외 대출 총량관리 규제에도 두 자릿수에 달하는 가계대출을 늘린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중소기업 지원보다는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해 이자이익을 극대화했다고 하겠다.
단기 성과를 위한 노력은 부산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김지완 회장 취임 전인 2016년 16.1.%에 그쳤던 부산은행의 부동산 대출 비중은 2021년에는 20.8%로 대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대출 비중은 26.5%에서 17.0%로 떨어졌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이자부문 이익을 두 배 이상 늘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에 대해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제한하고 있다. 고액의 성과급을 받으려고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영 행태를 바꾸지 않으면 과거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몇 해에 걸쳐 나눠서 지급하는 이연성과급 체계를 도입했다.
증권사와 달리 은행이나 금융지주의 경우 이연성과급 지급 대상자가 제한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BNK금융지주는 대부분 임원에 대해 1년짜리 추가 인센티브라는 단기 성과급을 도입했다. BNK금융그룹이 위치한 부·울·경 지역은 조선 업황이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타격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 경제에 대한 고통 분담이나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단기 성과에 치중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건 지역 금융회사로서의 존재 의의가 의심된다. BNK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단기 성과를 위해 추가 인센티브를 도입한 금융회사를 찾기 어렵다.
BNK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 흑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장호 전 회장은 엘시티 개발사업에서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성세환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상 시세조종 행위와 채용비리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됐다. 최고령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성공한 김지완 회장은 잔여임기 1년을 앞둔 시점에 초단기 성과급을 도입했다. 탐욕이자 노욕이다.
김현동 금융부장 citize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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