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포럼] 새 대통령, 카카오택시서 규제혁신 배우길](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1802102369660001[1].jpg "[포럼] 새 대통령, 카카오택시서 규제혁신 배우길")
요즘 카카오택시의 서비스는 우버 택시와 거의 비슷해졌다. 미국처럼 미리 카드를 등록하면서 돈 안내고 내려서 황당해했던 일도 없어졌다. 우버 택시와 다른 점은 우버를 부르면 개인 자가용이 왔지만 카카오택시는 영업용 택시가 온다는 점이다.
우버 택시가 기존 택시업계의 저항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면 카카오택시는 기득권을 가진 기존 택시업계와 타협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결과일 것이다. 기존 택시의 권익을 배려하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가 기존 택시업계와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과 우리나라의 토양이 다른 점에 기인한다. 우버 택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광역 대중교통망이 미국에는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분당 거리쯤 되는 워싱턴 D.C.와 버지니아주의 한인 타운인 애난데일(Annandale)까지 택시로 30분 걸리지만 택시가 시내에서 주로 영업하기 때문에 택시를 찾기도 힘들고 요금도 엄청나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자기 차를 몰고 다닐 수밖에 없는 점에 착안해서 그들을 택시 기사로 만든 것이 바로 우버 택시이다. 요금도 기존 택시의 70~80% 수준이라 운전을 안해도 되고, 요금까지 싸니 미국인들로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2009년 탄생한 우버가 짧은 시간 내 676억 달러(약 81조원) 규모의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전한 것은 바로 이러한 미국적 토양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철, 광역버스 등 미국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광역 대중 교통망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우버 탄생의 토양은 없다. 택시요금이 저렴하고 광역을 운전하는 택시도 많기 때문에 택시업계를 배제하고 자가용을 이 시장에 끌어들일 유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버 택시가 기존 택시업계의 반발을 잘 극복한 것으로 되어있지만 기존 택시업계가 광역으로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저항할 이유도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카카오택시가 택시업계를 활용하면서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탑재하는 과정은 우리나라의 규제혁신 프로세스에서 적용해야 한다. 규제혁신은 3월 9일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실시해온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늘 우리 발목을 잡은 것은 부진한 규제혁신이었다. 2021년 우리나라의 전체 순위는 64개국 중 23위였지만 기업의 규제 관련 분야는 49위에 불과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국민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를 없애라는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규제혁신을 추진한다고 해서 과거 방식을 답습한다면 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리스트를 만들고 건수 올리기식으로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규제혁신에 나서게 될 것이다. 이해관계 집단이 반발하면 개혁 저항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방법은 성공할 수도 없고 따라해서도 안 된다. 정권 초창기에만 반짝 성과를 냈다가 금세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
카카오택시에서 학습한 규제혁신의 방식은 시급하고 과감하게 없애야 할 규제라고 하더라도 기존 이해관계자가 있다면 이들이 가진 시스템과 노하우를 철저히 점검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규제개혁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유하는 것도 불가피하다. 많이 줄이려고 하지 말고 반드시 없애야 할 핵심적인 규제를 선별해야 한다. 대통령 임기 중에 완수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대화해서 방법을 찾아 나간다면 사회적 비용부담을 줄이고 민주사회의 틀에 적합한 세련된 규제개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