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만나겠다는 뜻을 밝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지연되는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조율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문 대통령이 의제에 얽매이지 않고 일단 만나겠다며 손을 내밀자, 청와대 안팎에서는 양 측간 회동 지연에 따른 신·구 권력의 충돌 구도 해소를 위해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과의 회동이 지연될 수록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원활한 협조'를 약속한 것과 달리 정부의 인수인계가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이 대선 후 핵심 과제로 제시했던 '국민통합'까지 저해돼 국민들의 실망감이 더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치 상황을 끌고가기보다는 먼저 교착 해소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이와 함께 참모들을 향해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며 윤 당선인 측을 개별적으로 비판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을 자극해 신·구 권력 간 대립 구도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어느 정도 '의제'에 대해 물밑에서 의견 접근을 이뤄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동안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선관위 상임위원 등의 인사권을 두고 "협의 후 임명하라"는 윤 당선인 측 주장과 "문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청와대 측 주장이 대립하며 회동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윤 당선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요청을 공식화하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동시 사면론까지 불거진 것도 회동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먼저 '빠른 회동'을 언급한 것을 두고 굵직한 의제들에 대해 어느정도 '교통정리'가 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윤 당선인 측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윤 당선인이 이런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양측의 회동일은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양측이 대립해온 쟁점들에 대해 의견을 좁히지 못한 채 '만나자'고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큰 진전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야권 입장에서는 서로의 입장차는 그대로인 채 '공'만 윤 당선인 측으로 넘기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번주 내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은 대선 후 열흘 내로 만나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지만 대선 뒤 9일째인 이날까지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사실상 이번에는 관례가 깨진 셈이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2022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