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만료일이 약 5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시행했던 국민청원 게시판도 곧 운영이 종료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확정적인 상황이 되면 공지할 것"이라면서 종료 여부를 못 박지는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 내부 규정 등을 감안하면 4월 중순 이후부터는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청원 게시판에 올라오는 청원에 대해 1달 동안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관계부처 관계자 등 담당자가 답한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이 경우 4월 10일 이후 올라오는 게시글에 대해서는 오는 5월 9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재인 정부가 답을 내놓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공약 외 정권 중반 생길 수 있는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창구를 열겠다는 취지로 국민청원 게시판을 운영했다. 문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8월 19일 국민청원 4주년 특별영상에서 직접 "'국민청원'은 우리 정부의 상징"이라며 "(국민청원은)국민의 절절한 목소리에 정부가 책임 있게 답변하는 직접 소통의 장이다. 설령 해결은 못 해주더라도 국민이 어디든 호소할 곳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음주운전 처벌 강화 △디지털 성범죄 근절 등을 성과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원 무용론에 시달리면서 사실상 군중의 정치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치논리에 기반해 특히 여권의 세(勢)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9년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과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이 세 대결로 변질됐고, '추미애 대 윤석열' 갈등으로 촉발된 '윤석열 검찰총장 해임 촉구청원(37만명)',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반대 청원(34만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해임(24만명)· 탄핵(21만명) 청원', '추미애 재신임 청원(42만명)' 등은 국민 분열을 초래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들 청원에서 대해서 사실상 '어렵다'는 답변밖에 내놓지 못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이 호소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순기능도 있지만, 입법 사법 행정 심지어 동네 개 문제까지 다 올려 답변을 듣는 창구로 활용됐다는 점에서는 대통령을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단점도 있었다고 본다"며 "군중의 정치라는 비판도 그런 비판을 감수할 어떤 결과가 나왔다면 모르겠지만, '결과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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