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전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
![[포럼] `사회주도형 과기정책` 거버넌스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2203/2022032402102369660001[1].jpg "[포럼] `사회주도형 과기정책` 거버넌스 만들자")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후보 과학기술 정책 토론회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등 과학기술 정책은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 결정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개인의 의견이나 이념 혹은 진영논리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을 환영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시스템에 의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과학기술정책(science-based policy)을 위한 혁신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되기를 과학기술계는 늘 염원했다. 결정된 정책에 따라 정부연구비 지원과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의 투자 방향이 변하게 된다.
우리나라 헌법 제54조에서는 정부의 예산안 편성권을 규정하고 있고, 국가재정법 제11조에서 예산에 관한 사무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국가재정법 제29조 2항에 의거하여 부처 예산의 지출한도를 통보해주는 총액예산제도 하에서는 과학기술부총리제를 만들더라도 연구개발 예산을 제한적으로 평가, 조정은 할 수 있겠지만 독자적으로 편성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결국은 과학기술 거버넌스가 할 일은 과학기술 혁신 관련 정책결정의 총괄 기능이 될 것이다.
그간 인수위원회에서 행정적 판단으로 정부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과학기술 행정체계와 거버넌스가 정권 때마다 흔들렸다. 이번 대선 기간에 모든 후보가 과학기술 행정체계와 혁신 거버넌스에 대해 공약하였기 때문에 인수위원회에서 또 어떤 개편이 있을 것 같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역할과 정책을 제대로 인식하고 정립할 결정적인 시기이다. 기술대변혁 시기에는 연구개발과 혁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지식 창출은 물론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도 과학기술이고,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도 과학기술이다. 또한 연구와 혁신은 국가의 성장과 고용창출을 좌우하고 개인의 자아실현에도 가장 주요한 요인이다. 최근에는 우리의 사회 전반의 발전 여부가 전적으로 과학기술에 좌우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래서 국정 운영의 중심에 과학기술이 놓이게 되었다. 혁신정책의 의사결정 단계가 상향 이동되어 대통령 혹은 총리급에서 총괄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학기술의 활용이 사회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정책 결정에서 사회의 많은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하는 어려운 정책이 되었다. 과학기술은 기본적으로 혁신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기존 사회질서와 패러다임을 바꾸고 새로운 질서를 사회에 도입하려고 한다. 새로운 소외와 예상하지 못한 독점 그리고 불확실성이 많은 분야이다. 규제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규제 프리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합리적으로 규제되는 절차적 제도가 정립되어야 한다. 정치의 역할이 더욱 필요해지는 영역이다.
우리는 또한 심각한 글로벌 위기에 처해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인들이 고통 속에서 2년 이상을 지내며 미국과 영국이 개발한 백신과 치료약에 의존하고 있다. 폭염, 한파,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더 크게 발생하면서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고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은 지역이 늘어나 세계 곡물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다. 영국의 글래스고에서 채택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합의문에서 보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과 정책 결정을 위해 강조한 첫번째가 바로 가장 유용하게 이용될 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은 국가의 핵심정책으로서 산업 및 경제, 교육, 국방, 보건, 환경 등 거의 모든 영역의 기반이 되고 있고 모든 부처가 관련되어 있다. 과학기술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수많은 도전을 헤쳐나갈 핵심적인 수단이다. 사회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답하여 과학기술인들이 더욱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주도형 과학기술정책'이 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행정체계와 혁신 거버넌스를 잘 결정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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