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5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다.
당선인 신분으로 시 주석과 통화를 하는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 한반도 정세가 극도의 긴장상태로 치닫자 이례적으로 통화가 성사된 것이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전날인 24일 가진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과 시 주석의 통화 일정이 조율됐다"면서 "시 주석이 취임한 이후 당선인 신분에 있는 국가 지도자와 전화 통화를 한 전례가 없는데, 그 관행이 이번에 깨질 것 같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통화가 성사된 배경에 대해 "올해 들어 벌써 북한의 10여 차례 미사일 발사가 있었다"며 "핵 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모라토리엄 파기 위협 등 군사적 긴장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정상 간의 첫 통화에서는 상견례를 겸한 당선 축하와 우호교류 강화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만 윤 당선인과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는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비핵화 등 심도있는 포괄적 대화가 오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윤 당선인이 3·9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중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고, '미·중 균형외교'보다 '한미동맹 강화'에 무게를 실어왔기 때문에 시 주석과의 통화가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강약을 조절하는 대중외교를 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 주관으로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新)정부, 한중관계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구해야 할 대중 행보와 방향에 대해 "말은 최대한 부드럽게, 그러나 행동은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중국 측은 아직 표면적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를 공식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대보다는 '급진적'이라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어떤 수단을 동원하든지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및 한중관계 재설정 정책을 친중정책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압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교수는 "윤 당선인이 중국과 관련한 언급을 할 경우에는 가급적 중국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정책결정과정이 경직돼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행동은 민첩하고 과단성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과거 정부에서는 대북정책에 너무 매몰된 나머지 한중 간의 교유한 의제를 거의 다루지 못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한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기대하면서 중국에 양보할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한 교수는 윤 당선인에게 대중특사와 관련해 "안 보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사 파견은 중국 정부가 윤석열 정부 초기에 체면을 구기게 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 측의 사정 등으로 특사를 파견하기 어렵다면 안보내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거대 중국'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독자적 대중전략 수립과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경제는 시장에 맡기면서 국제전략 관계 등의 거대담론보다 양국의 실질적 신뢰 구축에 필요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대중외교에서 주의해야 할 점으로 △한국이 필요한 것과 중국이 필요한 것은 다르다 △미중 갈등은 '협력 속 경쟁'보다 '경쟁 속 협력'으로 전개된다 △대중 메시지를 낼 때 중국의 의도가 투영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군사력은 국제정치에서 자국의 이익수호를 뒷받침하는 최종 요소다 △전략적 모호성과 전략적 유연성을 혼동해 원칙없는 친중·반중 프레임으로 중국을 재단하면 안된다는 것 등을 꼽았다. 강 센터장은 "새 정부가 자강을 강조하면서 사안별로 강약을 조절하느 실용주의 노선을 선택하려는 것은 왜곡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하려는 시도"라며 "한중간 마찰과 갈등은 최소화하고 상호이익은 극대화하는 실질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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