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시행… 유권해석 촉각
국내 ICT 전반에 '후폭풍' 영향
국내 ICT 전반에 '후폭풍' 영향
구글이 4월1일부터 인앱 결제 강제에 나서면서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전반에 큰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이 법을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보고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정부의 제재를 구글이 제대로 이행할 지 의문시되면서, 당분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31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이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위법 소지가 있다는 방향으로 유권해석 발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유권해석을 통해 구글의 위반 행위를 공식화한 후 사실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위법 행위가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처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유권해석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제재금 산정과 사실조사 착수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의 사실조사 자료제출 명령을 2회 이상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했다. 구글이 사실조사를 회피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구글은 이에 대해, 자사의 결제정책이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행정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위원장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구글과 소송이 벌어질 경우 승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제가 일률적으로 말하겠냐"며 "글로벌 기업의 정책을 분석하고 위법 소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구글의 인앱결제로 국내 ICT 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당장 모바일 앱 개발사들은 앱에서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삭제해야 한다. 구글은 새 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못한 개발사는 4월1일부터 앱 업데이트를 제출할 수 없으며, 6월1일부터는 구글 플레이에서 앱에서 삭제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정책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 면서도 "기대감이 하루하루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IT 업계는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끄는 IT기업 협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최근 방통위에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정책과 관련해 공식으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구글의 수수료 인상 여파로 구독료를 올려야 하는 국내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들은 4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성급하게 법안을 추진하면서 허점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전날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구글의 아웃링크 불허 조치를 시행령에서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구글은 시가총액면에서도 국내 IT 기업과 비교할 수 없고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라면서 "성급히 법제화해 규제에 나서기 보다는 글로벌 추세를 천천히 살펴본 뒤 신중히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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