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내 상표, 디자인 보호 관련 법 개정 추진
특허 데이터 활용해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야
국내외 기술 유출 및 침해 대응에 인력 확충 등
"앞으로 AI(인공지능)에 의한 발명, 메타버스 내 상표·디자인 보호 등이 지식재산 분야의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 발달과 환경 변화에 맞춰 지식재산 관련 법·제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글로벌 지식재산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
김용래(사진) 특허청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지식재산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분야에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급격히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존 지식재산 제도와 충돌하면서 다양한 쟁점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김 청장은 "새로운 디지털 세계로 각광받는 메타버스의 경우,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표, 디자인 등을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놓고 다양한 논쟁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의 '버킨백' 상품과 유사한 모양의 '가상 버킨백'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이를 상대로 상표권 및 저작권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었다.
김 청장은 "메타버스 내 상표, 디자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NFT(대체불가토큰) 관련 지식재산 이슈도 전문가 협의체 논의를 통해 산업적·법률적 쟁점을 발굴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청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 보호제도 시행에 따라 데이터 부정취득과 사용피해에 대한 행정적 구제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서 특허 데이터를 활용한 첨단기술 확보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김 청장의 의지다.
그는 "디지털 대전환과 첨단 기술 중심의 기술패권 시대에서 AI, 반도체 등 핵심기술 선점과 기술 블록화가 점점 가열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특허 데이터 분석 결과를 국가 산업전략 수립과 핵심 기술 확보, 회피전략, 분쟁대응 방안 구축 등에 활용하도록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기술 분야가 기술패권 다툼의 핵심이 될 것인지, 이 분야에서 우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우리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강점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특허 데이터를 기반으로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K-콘텐츠 등 한류 확산에 편승해 해외에서 국내 기업의 지재권을 침해하는 행위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해외 위조상품 피해가 적었지만, 한류 확산에 힘입어 2014년부터 피해 상위 10개국에 포함됐다. 국가별 위조상품 피해가 수출액에 비례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2019년 우리나라 피해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추산된다.
김 청장은 "해외에서 우리 기업의 위조상품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지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위조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를 입은 우리 기업의 민사소송과 행정단속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은 국내 지재권 보호를 위해 기술경찰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기술 유출과 침해를 막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일반 경찰이 다루기 힘든 특허, 영업비밀 등 기술침해, 유출 수사 전담조직인 '기술경찰과'를 출범시켰고, 반도체 생산설비 핵심기술 유출을 사전 차단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 청장은 "최근 기술유출 사건이 늘고 있어 추가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면서 "앞으로 행안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직과 인력을 확대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허청은 기술보호 집행력 강화를 위해 기술경찰의 수사 범위를 현행 영업비밀, 특허, 디자인에서 기술유출 범죄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청장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인 'R&D 패러독스(역설)'를 특허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국가 R&D 모든 단계에 특허 분석을 전면 도입해 R&D 효율성을 높이고, 우수 특허를 창출·선점하는 질(質)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특허를 직접 창출할 것인지, 매입·라이선스 등으로 우회적으로 획득할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전략적 특허경영 문화'를 정착시켜 정말 필요한 R&D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지난해 WIPO(세계지식재산기구)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에 이어 지난 1월 한국 특허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지식재산 기관 1위로 선정되는 등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며 "지식재산 분야 혁신을 통해 국가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적극행정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