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의혹·저축銀 책임론 부각
선거 의식 유리한 고지선점 의도
자칫 무리한 '억지 낙마'땐 역풍
새 정부 발목잡기 부작용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덕수 총리 카드'를 받을지 거부할지 '딜레마'에 빠졌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새 정부에 타격을 주려면 한덕수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요직을 거친 데다 호남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게다가 자칫 반대를 위한 반대로 억지 낙마를 고집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부산 연제구 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이 초대 총리로 한 후보자를 지명했다"며 "즉시 인사청문TF를 구성해 검증의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고, 철저한 검증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출신이라는 때문에 가산점을 주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역대 정부에서 가졌던 이력은 중요치 않다. 국민의 관심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윤 당선인에게 인사검증의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 지명에서도 과거 경력만 나열했을 뿐 인사검증 기준은 밝히지 않았다"며 "총리 후보자뿐만 아니라 이후 지명될 국무위원 후보자들에게도 문재인 정부가 적용한 인사 검증 7대 기준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고위공직자는 갈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은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과 양심의 기준을 충족시킨 후보자들로 엄선해서 국회에 인사 청문을 요청해주기 바란다"며 "그래야 인사 청문이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정책역량 중심의 검증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과거 국민의힘이 그랬던 것처럼 무조건 발목잡기와 흠집 내기를 하진 않겠다"며 "다만 엄중한 대내외 환경에서 내각을 통할할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췄는가를 면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정밀한 인사검증을 할 수 있도록 원내대표단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하겠다는 게 윤 비대위원장 생각이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선을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지방선거 유불리 계산뿐 아니라, 당내 일각에서 한 후보자에 대한 반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한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배신자 낙인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저서에서 "(한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우연한 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의 공격 포인트는 한 후보자의 론스타 연루 의혹과 저축은행 사태 책임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정부가 매각한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재매각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한 후보자는 당시 론스타의 국내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재직했고, 총 1억5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저축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해 여신 한도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저축은행 부실화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한도를 없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크게 늘리는데 일조했고,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부실이 커진 삼화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 등은 영업정지 사태를 맞았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예금주들에게 돌아갔다. 피해규모는 10만명, 피해액은 1조3000억원이나 된다.
한 후보자는 이날 국회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론스타 의혹 등에 대해 "국가 정부의 정책 집행자로서 관여한 적이 있지만, 김앤장이라는 제 사적인 직장에서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도덕성 검증은 당연한 수순이나 새정부 발목잡기 식의 반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 일각에서 매 정부마다 자기변신을 해온 한 후보자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민주당이 인사청문회를 최대한 정쟁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민주당이 국민을 설득하고 반대를 정당화할 수 있다면 한 후보자 낙마까지 노릴 수 있겠지만, 무리하게 끌고 나간다면 당연히 윤석열 정부에 더 유리한 지방선거 국면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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