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LX한국국토정보공사 지적사업본부장
![[기고] 메타버스시대, 입체 地籍 구축 서둘러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1802102369036001[1].jpg "[기고] 메타버스시대, 입체 地籍 구축 서둘러야")
그렇다면 가상세계에서는 어떨까. 메타버스 게임인 '어스2'(Earth 2)에선 가격 흥정을 통해 가상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 '어스2'는 구글의 3차원 지도인 '구글어스'를 토대로 재현한 가상지구를 10㎡ 크기 타일로 분할한 뒤 자유롭게 사고파는 플랫폼이다. 202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전 세계 땅 가격은 타일당 0.1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백 배로 치솟았다. 게임처럼 시작된 가상 부동산 거래지만 수익 모델이 결합되면서 투자 상품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처럼 가상세계 속 부동산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메타버스로 확장되는 '가상부동산 열풍'이 지속될수록 3차원 국토정보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선진국들은 도심 과밀화에 따른 토지 수급 부족과 자원 고갈로 도시공간의 효율적 이용과 개발에 고심 중이다. 이에 도시 재정비, 가용용지 확보, 교통 통제 등을 위해 한정된 지상공간을 대체할 수 있는 지하공간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자치단체들도 도심지 지하공간 활용에 관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입체 도로시대'를 선언하며 도로의 상공과 지하공간 개발을 본격화했다. 행정안전부도 평면적 주소정보에서 공중·지하·사물에도 주소를 부여하는 '입체주소'를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상철도의 단계적 지하화와 함께 지하공간 복합개발을 계획 중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의 인프라로서 지적정보의 혁신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엔 지상에 관한 소유권이 주된 쟁점사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상부터 지하, 상공에 이르기까지 이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권리적으로도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지상권·지역권·전세권 등 다양한 권리로 확장되고 두 개 이상의 권리가 발생하고 있다. 전통적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토지 혹은 건축물 매매가 지하부터 상공까지 모든 공간을 하나로 거래했다면, 미래에는 지하와 지상·상공을 각각 분리해 매매하는 것이 필요하다. 토지에 관한 지번, 지목, 면적, 경계 등 사실관계를 등록한 지적제도는 2차원 지표면과 소유권에 대해서만 등록·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등기부에 등록되지 않은 지하, 상공의 권리가 누락되지 않도록 더 정확하게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면 법·제도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
가상·현실의 융합시대를 맞아 입체 지적정보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입체 지적제도는 한 필지의 땅에 대한 소유권의 위치와 면적, 경계 등을 지하부터 상공까지 입체적으로 등록·관리하고 시각화하는 개념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땅의 입체적 활용과 효율적 관리를 위해 입체 지적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시범사업을 통해 입체적 권리공간을 지적에 등록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위해 입체적 권리 공간이 형성된 서울시와 복합환승센터를 대상으로 시범사업과 입체지적 관리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입체적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트윈을 지원할 방침이다. 가장 정밀한 위치정보인 입체지적이 시행되면 실내공간정보가 구축되어 지하·실내 상세주소도 부여할 수 있어 길 안내와 물류 이동이 편리해지고, 화재 등 재난·치안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입체지적이 등기제도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법무부·법원 등과의 협업을 토대로 법령 개정도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체적 권리가 폭넓게 인정되고 지적공부를 통해 권리공간이 정확하게 보장된다면 도로·철도 등 공공용지에 주택 건설이 가능해짐은 물론 공간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체 지적제도가 국민적 공감대와 관계기관의 긴밀한 협조 속에서 다양한 권리공간을 보장하는 글로벌 선진 제도로 안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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