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포럼] 尹정부, 가격개입 절대 하지 마세요](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2102102369056001[1].jpg "[포럼] 尹정부, 가격개입 절대 하지 마세요")
문재인 정부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통제하려고 하면서 아쉬운 결과를 피하지 못했다. 소위 '소주성'이라고 하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와 노동자가 서로 합의해서 결정하는 최저임금에 대해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다. 최저임금이 적어도 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시장 현실을 벗어난 임금은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어렵게 하고 고용을 위축시켰다.
부동산 임대차3법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서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명문화하는 데 그쳤더라면, 장기 계약이 늘어나고 계약형태를 다양화하는 장점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임대료 상승폭을 5%로 제한한 것이다. 시장가격보다 낮게 공급하라고 하니 전세 매물이 마르고 각종 변칙이 등장했다.
정부는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관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정 능력이 취약한 개도국일수록 자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제반 인프라가 취약하고 저소득 계층이 다수라서 가격통제의 정치적 선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반값 등록금과 반값 아파트 같은 공약이다.
가격 개입은 공급의 질을 떨어뜨리고 공급을 위축시키는 등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서민 계층을 중심으로 가격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더라도 정부는 독점이나 담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어려운 계층에게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서 머물러야 하는 이유이다.
가격 개입으로 폭망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베네수엘라이다. 베네수엘라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무상으로 퍼주기 복지를 해서 경제가 피폐해진 것이 아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이 나라를 이토록 추락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의 무차별적인 가격 개입이었다. 1999년 취임한 차베스 대통령은 적어도 기름은 싸게 공급하자는 명분 하에 기름값에 강력 개입했다. 일반 휘발유를 리터당 1원, 프리미엄급이라고 해도 8원을 받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 석유회사를 모두 국유화했다. 휘발유가 거저나 다름없으니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게 너나 할 것 없이 차를 샀다.
자동차와 부품 그리고 윤활유 수입을 위해 막대한 달러를 썼고, 외환보유고는 급격하게 바닥을 드러냈다. 해외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장환율보다 낮은 관제환율을 도입하는 무리수도 서슴치 않았다. 국영석유회사가 된 PDVSA는 원가 이하로 휘발유를 팔면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부채투성이 기업이 됐다.
기름값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소비, 수입, 외환, 국영기업 등 연결된 모든 분야에서 부작용을 초래했고 경제 시스템을 망가뜨렸다. 모순이 쌓이고 쌓여서 베네수엘라 경제가 파탄이 난 것이다. 2014년부터 각종 경제지표에 경고등이 켜지기 시작했고, 2017년 S&P가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SD)로 강등해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가 되었다. 총부채가 보유 외환의 15배에 달해 아무도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았다. 주요 경제지표를 대부분 믿을 수 없는 상태이지만, 물가상승률은 6만5370%(2018년), 성장률은 -35%(2019년)의 파국적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신임 총리나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 모두가 민간, 기업, 시장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또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혁신하자고 이야기한다. 핵심은 역시 가격이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야말로 규제의 출발점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애덤 스미스가 말한 대로, '보이지 않는 손'인 가격이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만 해도 새 정부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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