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노후 원전 가동을 지원하는 데 60억달러(약 7조40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자금난으로 원전 보수가 불가능한 원전 소유주·운영자에 연방정부 지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에는 28개 주에서 총 9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인데, 최근 10년새 당초 허가된 기한보다 조기에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10여 기에 달한다. 이에 화석연료 사용이 늘자 다시금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 원전은 전체 탈탄소 전기의 절반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을 꾸준히 가동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신규원전을 짓는 데 적극적이다. 영국은 최근 발표한 '에너지 안보전략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신규 원전을 최대 8기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총 11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는데, 이 중 사이즈웰B 원전은 기존 2035년에서 2055년까지 20년을 추가로 운전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앞서 프랑스도 영국과 같은 시기인 2050년까지 최대 14기의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각국이 원전을 택하는 이유는 세계적 탈탄소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보고서에서 현재 각국이 추진하는 정책으로는 지구온도 상승을 2100년까지 1.5℃로 제한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봤다.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5년 이전에 정점에 도달하고,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 줄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IPCC는 원전이 저탄소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IPCC에 따르면 원전의 탄소 배출량은 1킬로와트시(kWh)당 12g으로 태양광 발전(27~48g)의 최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원전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로 인해 다른 발전 대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다. 정광하 미래산업연구소장은 이날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개최한 산업발전포럼에서 원전 수명연장 등을 언급했다. 그는 "발전원별 경쟁력은 자연조건, 원료 가격, 기술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이를 고려해 탄소중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