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민주당 간사 자료제출 미비 질타하며 퇴장
"허탕·맹탕청문회…모든 책임은 국민의힘이 져야"
성일종 국민의힘 간사 강 의원 지적 일일히 반박
"40년 지난 부모 부동산 거래내역 제공 가능한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지만 시작부터 파행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한 후보자 측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했다.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자료제출을 전제로 청문회 일정을 재조정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는데 일방적으로 회의를 개의한 것에 대해 유감이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어 "한국 부동산원에 매매현황을 달라고 했는데 (한 후보자의) 개인정보 미동의로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며 "도대체 후보자께서는 무슨 의혹이 있길 래 계약서를 찾을 수 없게 하느냐"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의혹의 시선을 갖고 후보자의 재산형성과정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라며 "참 안타깝다"라고 부연했다.
강 의원은 "김앤장에서 몇 년 사이에 20억이라고 하는 일반 국민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문료를 받으셨는 데, 활동 내역을 달라고 했더니 영업비밀이라고 했다"며 "후보자께서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건 수임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셨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말씀하셨던 대로 외국 기업 CEO에게 한국 경제 상황을 설명하고 경제정책 방향을 설명했다고 하면 국익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신 것인데 깨알같이 자랑하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전관예우, 배우자 비술품 판매, 세금 신고 내역도 심각한 문제"라며 "그런데 어떤 자료도 사생활 침해라며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강 의원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료 요청이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도 반박했다. 그는 "자료가 두 세 배 요청이 많은 것은 의혹이 그렇게 많기 때문"이라며 "검증해야 될 항목과 분야가 많기 때문에 자료 요청이 많은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정 변경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이렇게 허술하고 맹탕으로 하는 청문회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우리는 국회의원이고 여야를 떠나서 국회가 청문회에서 해야 될 일이 있다" 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꼼꼼하고 철저하게 최고 공직 후보자의 검증을 해내는 것이 국회 모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청문회가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다 빠진 상태에서 진행된다면 한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비리, 우리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해야 할 수많은 사안들에 대해 엄호하는 청문회, 허탕 청문회, 맹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청문회를 진행할 때 이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이 져야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한 뒤 퇴장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한 후보자께서는 자료 요청에 비교적 성실히 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강 의원의 지적을 일일히 반박했다.
성 의원은 "이번에 한 후보자한테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께서 요청한 자료가 1090건"이라며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 세 분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는데 당시 요청된 자료 건수가 200건에서 300건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무려 3~4배 정도의 높은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의원은 요구된 자료 중 몇 가지를 추리면서 부당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후보자께서 부친과 모친이 돌아가신 지가 40여 년이 지났는데 돌아가신 두 분의 부동산 거래내역 일체를 내놓으라고 요구를 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부모님의 내역까지 어떻게 집안에서 보관할 수 있는지 우리 국민들께서 판단하시지 않겠나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 의원님이 말씀하셨던 부동산 계약서의 경우 33년전에 작성된 것"이라며 "아마 모든 집안이 10여년 정도가 지나거나 시효가 지나면 집안 정리를 하면서 계약서를 없앨텐데, 참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 의원은 "1970년대에 사무관으로 후보자께서 공직에 입문을 하셨는데, 그 때부터 받으셨던 봉급 내역 일체를 달라고 요구를 한다"며 "50년 전 급여 내역을 어떻게 다 집에서 보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강 의원께서 한 후보자와 김앤장과의) 고용계약 얘기도 하시는데, 고용계약이야말로 회사하고 개인이 하면서 거기에는 여러 가지 영업의 비밀이나 이런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리고 그 계약서는 회사에만 비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사적인 영역까지 아무리 국회라 하더라도 요구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결국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39분 만에 정회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