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毒婦의 남편 독살… 애정없는 결혼의 해독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2802102269061001[1].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毒婦의 남편 독살… 애정없는 결혼의 해독인가")
시어머니와의 갈등·해결할 사회적 방법 없던 것도 문제
처벌 당연했지만 동정도 일었던 식민지 조선 남편 살해범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죽이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 그것도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지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인간의 본성은 악한 것일까. 100년 전에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우자 살인'이 많았다. 그 사건들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1922년 5월 8일자 동아일보에 '세상을 등진 감옥의 여죄수'란 기사가 보인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불행이 있지마는 몸이 죄수가 되어 일거일동(一擧一動)을자유로 하지 못하고 하루가 삼추(三秋)같이 지루한 세월을 보내는 징역꾼 같이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중략) 현재 서대문감옥에는 여자 기결수가 83명인데, 본부(本夫)를 죽이거나 죽이려한 살인범 39명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간음죄이며, 그 외에 절도나 강도는 각각 한 사람씩이므로 극히 적은 수효라고 한다. 비교적 남자보다 마음이 약한 여자로서 위와 같이 살인범이 많은 것은 조선의 혼인제도가 불량하여 당자(當者)의 마음에 맞지 아니하는 남편을 얻었기 때문에 여자가 남편을 원수 같이 미워하고 밤낮 이혼할 방법을 강구하나, 용이하게 허락되지 아니하므로 남편을 죽이면 다른 데로 시집갈 수가 있을 줄로 알고 죽이는 것이라 한 즉, 매우 주목할 만한 사회문제이다."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毒婦의 남편 독살… 애정없는 결혼의 해독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204/2022042802102269061001[2].jpg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毒婦의 남편 독살… 애정없는 결혼의 해독인가")
1921년 3월 24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양회수(洋灰水; 양잿물)로 독살(毒殺)'이란 기사다. "청주군 허성녀(許姓女, 22)는 본래 음란한 여자로 항상 자기 본부(本夫)의 눈을 속이고 간부(姦夫)와 정을 통하여 지내던 중, 이것도 오히려 부족하여 양잿물을 억지로 먹여 죽인 것인바, 간부는 한 사람도 아닌 두 사람이 되는바, 한 명은 체포하였으나 그 외 한 명은 아직 체포 못하였다더라."
1922년 1월 10일자 매일신보에는 독약인 비상(砒霜)으로 남편을 독살했다는 기사가 실려있다. "경성복심법원 제7호 법정에서 1월 9일 아침에 개정하였는데, 피고석에는 20세 가량의 여자 한 명과 30세 가량의 여자 한 명이 각각 푸른 옷에 어린아이 하나씩을 끼고 앉아 있다. 한 여자는 함경북도 성진군 김문학(金文學)의 처인 조애기(趙愛奇, 33)라고 하는 여자로, 김문학이 해삼위(海參威; 블라디보스톡)로 벌이를 간 후, 1918년 7월부터 그 동네 김원화(金元化)란 자와 간통을 해 오다가, 1918년 12월에 본부(本夫)가 돌아왔음에 그 후는 자유롭게 간통하기가 어려우므로 두 간부(姦夫)가 공모하고 부부가 되기로 약속하여 1919년 1월에 간부가 비상을 사다가 줌으로 그것으로 죽이려다가 발각되었고, 그 다음은 충남 예산군 신금보(申今甫)의 처 강성녀(姜姓女, 21)로, 이학선(李鶴善, 28)과 부정(不貞)한 정교를 맺어 오다가 1920년 12월에 수태(受胎)하였음에 차라리 본부를 죽이고 완전히 부부가 되어 살자고 공모하여 오던 바, 비상 한 덩이를 저녁밥에다가 넣어서 살해하여 두 간부가 모두 사형을 받고 올라온 것인데…(중략)"
'본부를 독살하고자 한 간부(姦婦)'라는 제목의 1921년 8월 3일자 조선일보 기사도 눈에 띈다. "전남 해남군 유병기(尹炳奇)의 처 이안심(李安心)은 동네 박창환이란 자와 수년 전부터 비밀리 정을 통하고 일생을 피차 부부가 되어 하루라도 떠남이 없이 재미스럽게 살고자 하여 박창환과 공무한 후 쥐 잡는 약(쥐비상)을 두 번이나 윤병기의 밥에 넣었으나 그 밥을 안 먹게 되어…(중략)"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결국 남편 살해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평남 대동군 노씨(盧氏, 20)라는 여자는, 대정 8년(1919년) 3월 23일 결혼 후 시모(媤母)로부터 항상 압박을 받으며 피차에 반목과 질시하여, 차라리 자기의 남편을 독살하여서 이혼을 청구하리라 결심하고, (중략) 어느 날 아침 조반(朝飯)에 양잿물을 타서 밥에 섞어 먹이려 하였다가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발각되었다." (1921년 5월 19일자 매일신보)
남편을 독살한 후 후회의 눈물을 흘린 독부(毒婦)에 대한 기사는 측은지심을 느끼게 한다. "9월 26일 평양복심법원 제1호실에는 간부(姦夫)와 공모해 본부(本夫)를 독살하였다는 소복(素服)한 김진녀(金眞女, 23)와 그의 간부라는 홍구현(洪九鉉, 30)의 공판을 열게 되었는바, (중략) 김진녀는 목에 메인 목소리로, '재판장님, 저 같은 계집은 마땅히 죽어야 옳습니다. 나의 남편을 까닭 없이 죽이고 다시 더 살겠다고 애쓰는 것이 이제 생각하오니 오히려 어리석었습니다'하며 어서 죽기를 애원하는 듯하나, 한편으로는 자기 옆에 앉아있는 간부를 연방 돌아다보며 좀 더 살아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애처로워하는 듯한 표정이 얼굴에 넘치는 듯 하다." (1921년 9월 28일자 매일신보)
아편으로 남편을 죽인 후 깊이 반성하면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두 남녀의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1922년 2월 24일 오후 2시쯤 하여 평양감옥에서는 간부(姦夫)와 공모하고 아편으로 본부(本夫)를 독살한 백옥신(白玉信, 35)과 간부 김희성(金希聖, 32)에 대한 사형 집행이 있었는데, 사형 당일에 교회사(敎會師)의 교유(敎諭; 가르치고 타이름)를 듣고 심각히 뉘우치는 태도로 순순히 교수대에 올라 모두 12분 만에 절명되었다더라." (1922년 2월 28일자 매일신보)
중국 고서인 '관윤자'(關尹子)에 '물경소사(勿輕小事) 소극침주(小隙沈舟)'라는 글이 나온다. "작은 일도 경시하지 마라, 작은 틈새가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살인도 작은 부정(不淨)에서 시작한다. 작은 것들이 조금씩 모여 큰 재앙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현실을 벗어날 출구를 찾지 못하면 사람은 극단적 행위나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정도 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가 엄청난 일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각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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