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연구원장이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홈네트워크 해킹 방지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경고했다.
최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홈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아파트 월패드가 해킹돼 거실을 촬영한 영상이 해외 다크웹에 공개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후 정부는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 고시를 지난해 말 개정해 '세대 간 망 분리' 내용이 포함된 법적 기준을 마련했다. 세대 간 망 분리는 아파트 단지 내 모든 가구가 하나의 인터넷 네트워크 망을 쓰고 있어 한 가구만 해킹돼도 전 세대가 해킹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나온 조치다.
그러나 개정된 고시에도 허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고시 적용 시점을 7월 이후 주택건설 사업을 승인받은 아파트부터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 지침이 제정됐지만, 기존 아파트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임 원장은 "신축 아파트는그렇다고 치고, 기축 아파트는 어떻게 할지가 문제"라며 "비용이 몇십만 원씩 발생할 텐데, 가구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남우기 한국정보통신기술사회 전 회장은 홈네트워크 해킹은 세대 간 망분리, 홈게이트웨이 설치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밝혔다. 남 회장은 "경기도 내 10군데 아파트를 표본 조사한 결과, 보안성을 갖추고 있는 아파트는 하나도 없었다"면서 "모든 아파트가 IP와 포트들이 검출됐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커들 또는 약간의 네트워크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 회장은 "현재 홈네트워크 상호 호환성이 없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홈네트워크 장비가 표준화된 기준(KS표준)을 지키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다. 기기 제조사마다 고유 프로토콜을 사용해서 기종 간 호환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홈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지켜야 하는 국가 표준을 만들었는데, 이를 지켜서 홈 네트워크 구축을 해 왔으면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홈 네트워크 설계와 감리 역할이 미흡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 회장은 "방화벽 등으로 외부에서 망으로 들어오는 경계 보안이 강화돼야 한다"며 "네트워크망 보안은 물론 사용하는 장비와 단말기들의 보안이 각각 강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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