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진화법이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과정에서 거대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편법과 국민의힘의 무력시위가 난무하며 '후진 국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본회의를 불법방해했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회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네탓공방을 벌였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새벽 본회의가 종료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월27일) 법제사법위원회와 (4월30일)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의힘 측) 불법적인 회의 방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10년 만에 국회법을 정면으로 무너뜨린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기에 최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지난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위원장석 점거는 국회법에 의하면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서 징계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의원 신분이 아님에도 법사위원장실에 난입해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회의 방해행위에 가담한 분이 있다"며 "국회법상 징계가 아닌 국회법 위반으로 인해 형사적, 사법적 처리할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서도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사실상 감금하고 의장의 옷을 찢고 신체 위해를 가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3일 예정돼 있는 본회의에 징계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법상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폐회·휴회기간을 제외하고 3일 이내에 징계 회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 출석정지 △제명 △수당·입법활동비 및 특별활동비 감액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사위 사보임 꼼수와 국무회의 연기 등을 문제 삼았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이날 논평을 내고 "민주당은 법사위 소위, 안건조정위,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위장탈당 등 국회법을 회피하고 사문화시킬 수 있는 모든 탈법과 편법, 꼼수를 다 보여줬다"며 "박 의장은 본회의 개최 전 의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농성 중이던 국민의힘 여성의원들을 구둣발로 걷어차고 짓밟으면서까지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폭거를 자행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에 민주당의 법사위 검수완박 법안 의결을 무효화하는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은 충분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도록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안건조정위 3가지 방안을 도입해 국회 선진화법을 만든 것"이라며 "지금의 여야는 이를 국회 후진화법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김 교수는 "특히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법을 악용해 위장탈당과 법사위 사보임이라는 꼼수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책임이 크다"며 "운영상에 드러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 속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