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고 추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에 이어 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공급망 차질 등 대외적 요인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뛰었다. 여기에 차기 정부가 취임 이후 35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향후 금리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10년물 금리는 각각 연 3.178%, 연 3.434%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대비 각각 0.039%포인트, 0.02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와 대출금리가 동시에 오른다.
올해 두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국고채 금리 상승 여파 등으로 대출금리가 올라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신용대출을 끌어다 쓴 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 수는 148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56.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대출잔액은 6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의 69.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연말에 기준금리가 2.0% 안팎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기연장이, 9월 말을 마지막으로 지원책이 끝나면 대출금과 쌓인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처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의 이자상환 유예 대상 대출채권 잔액은 총 1조7000억원 수준인데, 정책금융기관과 제2금융권까지 합하면 이자상환 유예액은 총 5조1000억에 이른다. 한편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자영업자들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지고 있는데, 대출 부실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검토하던 '배드뱅크 설립 논의도 사라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100일 로드맵을 지난달 28일 발표한 가운데 '배드뱅크(Bad Bank) 설립'이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겨우 소비심리가 살아났는데 금리도 계속 올라, 정부의 지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리금 상환유예를 한차례 더 진행해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다려주는 것도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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