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지난 1~3월 누적 기준 경상수지 흑자는 15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상품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같은 기간 192억8000만달러에서 104억달러로 88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2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이 반영되면 4월 경상수지는 일시적으로 적자가 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통관 기준 수출입 실적과 상품수지 차이, 내국인의 해외 주식투자 잔액이 많아 이들에 대한 배당도 늘어난다는 점, 서비스 운송수지 개선 등 변수가 많다"면서도 "지난달 통관기준으로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12월 결산법인 배당도 4월에 몰려 있어 일시적 경상수지 적자가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3년째 적자인 재정수지에 더해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쌍둥이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는 70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통합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 계산하는데, 코로나19 대응 등 문재인 정부 내내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는 국가경제를 평가할 수 있는 대표 지표로, 양 지표가 적자라는 것은 나라살림이 대내외 균형을 잃었다는 의미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외국인 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수지 적자는 구조적으로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관계 분석' 보고서에서 "지지난해 재정수지는 당해연도 경상수지와 양(+)의 관계를 보인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재정수지가 악화되면 경상수지도 악화될 수 있고, 이런 영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에 전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 후 2차 추경 등 재정지출이 확대되면 이 같은 우려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는 "새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은 무엇보다 재정건전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재정준칙을 확립하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며 "임기 중에 허용된 정부부채의 증가 또는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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