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정체된 한일관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개선하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친서를 주고 받고, 일본에 정책협의단을 파견하는 등 일본과의 친화적 행보를 이어온 윤 대통령이 한일 양국 간 실질적 교류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5층 접견실에서 일본 의원 경축사절단을 만나 "한일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자유민주적 가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한일관계의 미래 지향적 협력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양국 우호협력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이달 중 김포-하네다 항공노선을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포공항에 방역시설을 구축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일본 출국자들을 전부 (코로나19) 검사 후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일본 정부가 즉각 (격리를) 면제해주면 김포-하네다 노선을 복원해 양국 국민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일의원연맹 출범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 한일관계가 무탈하게 잘 발전할 수 있도록 일본 의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지난 10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만나 기시다 총리의 친서를 받았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보낸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이 지난달 26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면담할 때 전달한 윤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답신 성격이다. 한일 정상 간의 친서에는 한일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을 접견한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한국 방문 직전 기시다 총리를 만났다"며 "기시다 총리는 '일한 관계에 있어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의 우호적 협력관계 기반으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기시다 총리는 지금의 국제 정세에서 일본, 한국, 미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한국과 함께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일련의 대일 관계 개선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미일 삼각공조를 중시하는 미국 의중에 기반한 외교전략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 센터장은 "한일 관계를 개선하자는 것은 원론적 외교 발언으로 풀이할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도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며 "미국으로서는 한일이 가깝게 움직이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일본에 우호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다시 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외교의 가장 기본적인 전술은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모호하게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카드를 먼저 빼보이고 속을 드러내면 외교적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으니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미국 주도의 외교우산에 편입되는 것이 우리나라 국가적 이익에 어떻게 작용할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일본 의원단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