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마트도시법 개정안 처리 이듬해 2년간 1000만원 후원
국회 국토위원 신분으로 발의…피감기관 수자원공사, 부산 스마트시티 사업 참여 가능해져
작년 2월 야당 의혹 제기, 시민단체 고발 15개월 만 강제수사 착수
친문(친 문재인)계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 수익사업을 허가하는 입법의 대가로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받은 의혹으로 경찰의 강제수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달 초 대전에 위치한 수자원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현재 사무실 컴퓨터·휴대전화 등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 9일 문재인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직에서 퇴임하기 직전 경찰의 강제수사가 실시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황 의원의 대가성 후원금 수수 의혹은 지난해 2월 그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취임하기 전, 후보자 신분이었을 당시 야권의 의혹 제기와 시민단체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고발에서 출발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에 따르면 황 의원은 2018년 3월 수자원공사가 혁신사업 육성단지인 부산 스마트시티에 건물을 짓고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스마트도시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넉달 뒤(7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이듬해인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수자원공사 사장실 직속 고위 간부가 법정 최고 한도액인 500만 원씩 총 1000만원의 대가성 정치후원금을 황 의원에게 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는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동력 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초 세종과 부산 등이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부산 에코델타시티의 경우는 수자원공사가 주요 시행사로 참여한 가운데 해당 사업비만 총 5조4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황 의원 측은 의혹 제기 당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개정안 자체는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을 뿐 공사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게 아니었다는 취지다. 수자원공사도 이날 설명자료를 내 "법안 발의에 관여한 바 없으며 법안 개정안은 국가시범도시의 체계적 조성을 위한 입법이지 공사의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직원의 개인적 차원에서 후원한 것으로 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해 2월 황 의원과 수자원공사 고위 간부인 A 실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후 고발 건은 서울 남부지검을 거쳐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으며, 지난해 4월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이송됐다. 고발 1년 3개월여 만에 본격화된 이번 수사의 핵심은 해당 후원금의 대가성과 공사 차원의 공금인지 여부 등으로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5월9일 황희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세종청사 15동 대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제공·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