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농업과학원(농과원) 첨단 디지털온실은 농사에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로봇 등 실증 단계와 실용 기술을 접목하는 일종의 실험실이다. 지난해 3월부터 농진청이 추진 중인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에 따라 핵심 과제인 스마트팜 환경제어, 자율주행 농기계와 농업로봇, AI 병충해진단서비스 등이 이곳에서 실험을 거치며 진화하고 있다.
지난 31일 방문한 첨단디지털온실은 300평 너비의 5개 셀(반 밀폐형 공간)로 이뤄져 있다. 이상규 농과원 농업공학부 에너지환경공학과장은 "이곳은 열유동해석(CFD) 시뮬레이션을 통해 온실 환기와 온도 조절에 최적화한 높이를 구현했다. 바닥에서 용마루까지 약 8.3m 높이로 지었다"고 말했다.
바깥 공기는 직접 식물에 닿지 않고 공조실을 거쳐 들어온다. 공조실을 통해 이산화탄소나 습도가 조절되고, 외부와 독립적 환경이 조성된다. 여기에 공기 대 물 히트펌프로 겨울에는 따뜻한 공기를,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를 공기 통로인 덕트로 공급한다. 바닥에 냉온수 배관이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여름에 바깥 기온이 40℃까지 올라라가도 디지털온실은 25~27℃를 유지한다. 농진청이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에어로겔 다겹단열커튼'도 설치돼 있다.
이 과장은 "최근 여름이 길어져 휴경기가 길어지는데, 그 만큼 농가 소득도 줄게 된다. 여름철 냉방은 난방보다 비용이 1.5배 더 든다. (이 방식으로) 기존 대비 40%까지 비용을 아끼면서 냉난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온실 천장에 매단 '행잉 거터'에서 토마토가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1m 높이까진 27℃를 유지한다. 토마토는 코코넛 껍질을 갈아 만든 '배지'에 뿌리를 내린다. 양분이 없는 배지에 16가지 양분이 든 양액을 공급한다. 각 골마다 바닥에 설치된 마그네틱을 따라 '약액 탱크 적재형 방제 로봇'이 오가며, 하루 8시간 사람 대신 농약을 살포한다. 로봇이 인공지능 기반으로 토마토 생산량을 측정하거나, 작물 병해를 진단하는 시스템도 연구 중이다. 현재는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클라우드로 전송해 인공지능이 판별한다.
참외 농사를 짓는 농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재배기술도 연구 중이다. 참외 작업자들은 장시간 쪼그린 자세로 일한다. 참외를 양액으로 재배하고, 줄기가 수직 혹은 수평으로 자라게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양액 재배로 참외 당도도 올리고, 각 줄기에 나는 참외 갯수도 배 가량 늘어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실내 양액 재배는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과장은 "지난 여름에 온실에서 일반 참외보다 3배 이상 큰 1.4kg 참외를 수확하기도 했다"며 웃어보였다.
완주=이민호기자 lmh@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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