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尹風으로 정권견제론 날려… 李 `김포공항 이전` 역효과

입력: 2022-06-01 19:45 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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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지방선거는 4년 전과 비교해 처음부터 판세가 확연히 달랐다.

7회 지방선거에서 17석 광역단체장 중 14석을 휩쓸었던 더불어민주당에겐 이번 선거는 '쓴 패배'였고, 대구시장·경북지사 2석을 건지며 '영남당'으로 전락했던 국민의힘은 '과반 승리'를 자신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2일 만에 치른 선거인 만큼 '대선 2라운드' 성격이 강했던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권 견제론'보다 '국정 안정론'이 훨씬 부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과 석달 전인 3·9 대선에서 겨우 득표율 0.73%포인트차 우위로 당선됐고, 역대 새 대통령 중 가장 낮은 기대치를 보였다. 대선부터 지방선거까지 3개월 동안 민심을 움직인 5대 요인을 짚어봤다.

◇윤풍이 훈풍= 이번 지방선거 표심을 움직인 요인 중 '윤풍(尹風)' 영향을 제1순위로 거론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지방선거를 화두로 올린 경우는 없지만, 앞장서 선거에 '호재'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당선 초반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파기하고, '용산 집무실'로 급선회하면서 여론의 칼바람을 맞았다.

하지만 지난달 10일 취임에 맞춰 청와대 개방을 관철했다. 거대 야당에 맞서 자신의 '복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과 한덕수 국무총리 국회 인준을 받아내며 정국 주도권도 손에 쥐었다. 취임 11일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가지며 한층 가까워진 한미동맹도 과시했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라는 불안요인을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덮은 셈이다.

지난달 18일에는 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5일 뒤인 23일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한 총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이례적으로 보수 정부·여당이 총출동하면서 '종주권자' 격인 민주당을 대신해 스폿라이트를 받았다.

◇이재명의 빗나간 전략=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는 이번 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윤 대통령과 대선 초박빙 승부를 벌인 지 59일 만에 대선 패배 책임론을 딛고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선거전략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 출마 초기에만 해도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수를 기록하고도 석패한 거물급이 지방선거에서 박빙 우세를 이끌 수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인천을 비롯해 전국 지선의 판세를 뒤집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 위원장은 지선을 코 앞에 두고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서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의 맹추격을 허용했다. 경기 성남시장과 도지사를 지낸 이 위원장의 급작스런 계양행이 공감대를 만들지 못한데다 선거운동 막바지 내놓은 '김포공항 이전 및 기존 부지에 신도시 조성' 공약이 역효과를 낳았다. 민주당으로선 문재인 정부 시절 누적된 부동산 정책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송 후보의 부동산 다주택자에 대한 감세 공약을 당론 채택하는 등 변화를 시도해왔지만, 오히려 김포공항 이전에 따른 서울·경기권 불편과 제주 관광 악영향 등의 우려를 낳았다.

◇김은혜의 결정적 실수= 이번 지선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지사 선거는 막바지 '도덕성 공방'으로 긴장을 유발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배우자 소유 빌딩 가액을 실제 173억6000여만원에서 14억9000여만원 적게, 9억6000여만원인 배우자 소유의 증권 가액을 1억2000여만원 적게 각각 신고했다고 지적 받았다.

선관위는 또 지난달 23일 김은혜 후보가 후보자 간 방송토론회에서 배우자 건물의 지분을 '4분의1이 아닌 8분의1'이라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은혜 캠프는 "재산신고와 관련해 실무자의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김은혜 후보 측은 31일 김동연 민주당 후보가 경제부총리 시절 측근이 세운 업체에 부처 일감을 몰아준 의혹이 있다며 특정범죄가중범죄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국고 등 손실)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으나 분위기 반전에는 실패했다.

◇정치권 흔든 '성(性) 비위 논란'= 여야 공히 긴장을 초래한 변수는 '성 비위 의혹'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12일 '86 운동권' 3선의 박완주 의원을 성 비위로 제명한다고 발표하며 대국민 사과했고, 당 의원총회의 제명 의결 확정과 경찰의 수사 착수 소식이 이어져 곤욕을 치렀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최강욱 의원이 당 소속 의원·보좌진이 동참한 온라인 회의 석상에서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 김원이 의원 보좌진의 동료 여직원 성폭행·2차 가해 의혹,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의 성추행 혐의 피소 등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은 당내 성폭력과 무마를 당했다는 20대 여성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폭로 이후 지도부가 진실공방을 벌이며 내홍에 빠졌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 대표를 향해 강용석 무소속 경기도지사 후보 측이 제기해온 '2013년 성상납 수수 의혹'이 당 윤리위 심사 대상에 오른 가운데 '미결 의혹'으로 구설을 낳았다.

◇돈풀기 선거 재현= 선거 직전 통과된 추가경정예산과 코로나19 손실보상금도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석열 정부는 600만 소상공인·자영업자 중 371만여명에 대한 코로나19·방역 손실보전 등을 위한 추경을 지난달 29일 국회 통과시켰고, 이튿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하자마자 정오부터 손실보전금 신청 접수 및 지급에 들어갔다.

신청자별로 600만원부터 최대 1000만원의 거액이 지급되는 만큼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선거용 포퓰리즘 추경이란 비판도 고개를 들지만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진 못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유입 초기인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전 전국민 '하위 70%' 대상 100만원 규모 재난지원금 추경을 확정했고, 민주당이 단독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했었다. 지난해 4·7 재보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은 재난지원금 추경을 집행했고, 올해 3·9 대선 직전에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론을 꺼냈다.김미경·한기호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