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김동연 후보에 패한 이유
민심보다 윤심에 무게를 실었던 당 내부 판단 탓
대통령 후광 결과 담보 못해…현장 민심과도 괴리
경제전문가 김동연과 차별화 된 브랜드 제시 못해
재산신고 누락·KT 채용청탁 의혹도 이미지 타격
민심보다 윤심에 무게를 실었던 당 내부 판단 탓
대통령 후광 결과 담보 못해…현장 민심과도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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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경기지사 선거에서 0.15%포인트 차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당선인)에게 패한 후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호남·제주 외 전국 광역단체장 자리를 싹쓸이한 국민의힘 입장에선 아쉬움이 더 크다. 심지어 국민의힘은 경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31석 중 22석을 차지했다. 당 내부에선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좀 더 낳은 결과가 나왔을 지 자문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은 패인으로 '민심'보다 '윤심'에 무게를 실은 당의 판단을 꼽고 있다.
◇민심은 유승민 당심은 김은혜
김은혜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유 전 의원을 간신히 이겼다. 국민의힘 경선은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50%), 국민 여론조사(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 데, 김은혜 후보는 52.67%(현역 의원 5% 감산 반영), 유 전 의원은 44.56%를 득표했다. 유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김 후보가 당원 투표에서 크게 이겼기 때문이다.
이는 김은혜 후보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저격수'로 활약해 정치적 인지도를 높였지만, 윤심의 영향력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김은혜 후보는 대선 당시 선대본부 공보단장을 맡았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유 전 의원도 경선에서 패배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며 "자객(김은혜 후보)의 칼에 맞았지만 장수가 전쟁터에서 쓰러진 건 영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김은혜 후보의 승리가 결과적으로 민심과 다소 이반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 경선 뿐만 아니라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유 전 의원이 김은혜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김동연 후보가 김은혜 후보와 맞붙으면 김동연 후보가, 유 전 의원과 김동연 후보가 맞붙으면 유 전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지난 4월 15~17일 경기도 거주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김은혜·김동연 후보의 양자 대결을 벌일 때 41.2%, 43%로 김동연 후보가 앞섰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41.3%로 김동연 후보(39.3%)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유 전 의원이 김은혜 후보보다 중도 확장성을 가진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은혜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의 입으로 활동하면서 오롯이 '보수의 틀'에서 정치적으로 성장했지만, 대권 후보였던 유 전 의원은 대선을 치르면서 '자유보수주의, 공화주의, 개혁 보수' 이미지로 중도층과 2030 청년층의 지지율을 흡수할 수 있는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나서다.
결국 김은혜 후보는 당선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선거 운동 과정에서 윤심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어도 뒷심이 강하진 못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마지막 유세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믿고 아끼는 후보", 김기현 공동선대위원장은 "윤핵관 중 최고 윤핵관"이라고 어필했지만, 경기도민 절반 이상은 김동현 후보를 선택했다.
◇현장 민심과 당심차이
대통령의 후광 효과로는 결과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경기도 현장 곳곳에서 국민의힘에 우호적인 유권자들도 '김은혜 후보의 등판이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와 당내 성비위 사건 등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벗어난 행태를 보인 민주당은 싫지만, 정치 경력이 적은 김은혜 후보가 너무 일찍 도지사로 출마했다는 것이다. MBC기자와 대변인으로서 김은혜 후보의 이미지는 각인됐지만, 정치·경제·행정적 역량과 관련해선 보여준 게 없다는 평이 많았다.
반면 경제학자 출신인 유 전 의원은 재정, 산업, 복지, 노동 등 전반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으며, 전공이었던 재벌 분야에 대해 높은 식견이 있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특히 국내 최고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학 박사출신이라는 점과 의정활동 시절에 보여준 투철한 안보관, 경제적 식견에 대한 이미지가 각인된 유권자가 많았다.
입법·행정고시 출신인 김동연 후보 역시 기획재정부 출신 경제관료, 문재인 정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라는 점에서 전문성과 중량감이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당심과 민심 사이 일정한 괴리가 있는 셈이다. 이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도 "유 전 의원이 경선을 통과했다면 좀 더 수월하게 경기지사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는 토로를 하기도 했다.
◇재산 문제 발목…인물 경쟁력도 뒤져
일각에선 김은혜 후보의 재산문제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225억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실이 평범한 서민과 이질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유 전 의원 역시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고 재산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패인은 아니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특히 경기도는 지역별로 격차는 있지만 분당·판교 등은 경제적 생활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오히려 재산신고 문제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강용석 무소속 후보는 지난 23일 TV토론회에서 김은혜 후보의 재산 신고 누락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고, 민주당이 이를 키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확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선관위는 "김은혜 후보가 배우자 재산을 부동산 가액 14억 9408만 8000원, 증권 1억 2369만원을 과소 신고했다"고 발표했으며, 투표 당일 해당 내용을 모든 투표소 입구에 붙이도록 조치했다. 이는 후보를 명확하게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김은혜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막판에 불거진 KT 채용 청탁 의혹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김은혜 후보의 패배는 인물 경쟁력에서 김동연 후보에게 뒤졌다는 게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은혜 후보는 경제 전문가이자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후보와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를 유권자들에게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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