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가 차기 당권을 두고 알력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계는 이번 지선 패배를 '이재명 책임론'으로 규정하고 당대표 출마가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친명계는 '이재명 지키기'에 올인하면서 출마를 견인하고 있다.
친문계 핵심인사 중 한 명인 홍영표 의원은 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큰 원인은 이재명 의원이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것"이라며 "이게 일반적인 평가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전략공천위원회에서 컷오프를 당했던 송 후보가 다시 경선에 나설 수 있었던 원인도 조사해야 한다"며 "당의 공식기구에서 컷오프를 했지만 갑자기 어느 단위인지도 모르게 뒤집어졌다"고 덧붙였다.
또 " 우리 당의 모든 사람들이 원해서 이재명 후보가 출마했다고 하는 데 그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이해가 안 되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당내 586그룹 대표격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 "민주당은 대권 후보가 당권을 잡으면 당이 항상 시끄러웠고 내분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우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내) 다수 의견은 걱정하는 쪽이 많다"며 "지금 중요한 건 특정 세력과 특정 주자의 프로그램이 더 중요한 게 아니고, 당이 어떻게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할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의 대권 주자가 당권을 잡을 경우 통합형 지도자로서 보이기 어렵다"며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 대표할 때 결국 당이 깨지지 않았느냐"며 예시를 들었다.
반면 친명계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에 대해 "이재명이란 정치적 자산이 워낙 커서 뭐가 됐든 책임하면 이재명이 떠오르는 것"이라며 "여의도 정치의 경로의존성"이라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 당시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이재명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민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다"며 "가장 큰 자산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 '모르겠다', '잘 알아서 해봐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이번 지선에서 참패한 원인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컨벤션 효과에서 찾았다. 그는 "대선이 끝난 뒤 깊은 동맹관계에 있는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했다"며 "이른나 취임효과가 있는 상황에서 치르는 선거가 사실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굉장히 구도 자체가 굉장히 불리했다"며 "이런 상황인데도 후보를 내고 주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과 정책도 내세우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등판이 선거에 긍정적이었냐 부정적이었냐고 갈리는 부분은 전문가와 주권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의원의 15년 지기로 알려진 5선 안민석 의원은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기득권 카르텔이 작동한 결과이자 계파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대에 출마하실 분들이 특정인을 출마하지 말라라고 주장하는 것은 계파적 이해관계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특정인에만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안 의원은 차기 당 지도부 구성을 책임질 혁신 비대위원장으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추천했다. 강 전 장관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안 의원이 강 전 장관을 추천한 데에는 이재명 의원과의 친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계양을)이 현충일인 6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황어장터 3·1만세운동기념탑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