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 집무실 지척에 주한미군 잔류기지가 들어설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이은 추가 부지 반환, 대체 부지 마련을 위해 미국 측과의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주한미군 용산기지 평택 이전 합의 이행을 위해 서울 용산 '드래곤 힐' 호텔 일대 10만㎡(약 3만평) 부지에 잔류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잔류기지에는 한미연합사령관 전방사무소, 주한미군사령부·유엔군사령부 전방 연락사무소 등을 둘 계획이었다.
용산 잔류기지 예정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새 집무실을 마련한 기존 용산 국방부 신청사와 맞닿은 곳으로, 전체 203만㎡ 규모로 조성 중인 용산공원 한가운데 위치한다. 2004년 한·미 협정 및 합의서 체결 이후 2011년 5월, 2013년 11월, 2020년 6월 세차례 합의를 거쳐 잔류기지 부지가 해당 '드래곤힐 호텔 부지'로 설정된 뒤, 바뀌지 않았다.
잔류기지가 예정대로 들어설 경우 미군이 주둔하는 20개국 중 유일하게 대통령 집무실 200m 내 주한미군 부대를 두는 사례가 된다.
김 의원은 앞서 "국가적으로 안보에 취약하고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다. 5000년 역사상 국가의 최고통수기구 옆에 외국기지가 있던 적이 있나. 일제강점기를 제외하곤 그런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졸속으로 계획 없이 추진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빨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을 제시하고 싶지만 예산이 들어가는 문제이고, 한미 협의를 해야하는 외교적 문제이기 때문에 불쑥 대책을 이야기하면 국익 차원에서 협상력이 없어질 수 있다"며 "신속하고도 신중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에 따르면 외교부와 국방부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미군 측과 드래곤힐 호텔 부지의 반환과 대체 부지를 협의하고 있다. 미 측도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상황 변화를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어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미군 잔류 계획도 사실상 보류됐다"며 "한미 협의를 통해 대체 부지를 제공하는 등 계획 변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용산의 미군 잔류부지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한기호기자 hkh89@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드나드는 주한미군 용산기지 '13번 게이트'와 주변 도로가 미군으로부터 한국 정부로 반환됐다. 대통령실 청사 옆 '드래곤힐 호텔' 부지는 지난 2020년 6월 한·미 간 협의로 주한미군 용산 잔류기지로 선정됐으며 현재 미반환 부지에 속한다.<연합뉴스 그래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