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은 지난해 여야가 합의한 대로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자당이 맡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국회의장을 먼저 선출하고 법사위원장을 원점부터 재협상하자는 입장이다. 양당이 8일 원 구성 협상에 공식 착수하기로 했지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법사위원장직을 내놓을 것을 거듭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협조하면 원 구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며 "당장 오늘이라도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 원구성 협상을 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21대 국회 시작부터 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법사위를 강탈했다"며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원내 1·2 교섭단체가 교차해서 맡기로 한 협치 정신을 짓밟고 독식한 결과는 국민 심판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7월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21대 전반기 상임위는 11대 7로 나누고 상임위 배분은 교섭단체 의석 수에 따르되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는다'는 내용을 파기했기 때문에 이번 지선에서 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며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국회의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해도 엄연히 삼권분립 대한민국의 입법부까지 점령군처럼 행세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장만큼은 정략적 접근을 떠나 신속히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원 구성 협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의힘의 요구가 후반기 국회 공전의 근본 원인이라고 규정하면서, 국회의장단 선출부터 우선 협조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역대 모든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나 연합 다수당이 맡아왔다. 앞으로도 우리 헌정사에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원칙이자 상식이고 관례"라며 "국회의장을 하루빨리 선출해 국회를 정상화하면 후반기 원 구성 협상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8일 오전 11시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공식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양측 협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의장단은 국회 의사일정을, 법사위원장은 국회 상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놓칠 수 없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정치적 이해득실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민주당이 의석을 기반으로 독식에 나설 경우 이에 대한 비판여론 형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당으로서 정부 지원에 한계가 발생하는 만큼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국회를 독식할 경우 더 큰 심판론에 직면할 수 있을 것으로예상된다. 하지만 극성 지지층의 정부 견제 요구를 외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