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약 1달도 채 되지 않아 '이준석 호(號)'가 격랑에 휩싸였다. 최근 여당 대표 자격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이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됐다. 여기에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윤리위원회까지 맞물리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오는 24일을 전후로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징계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 내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향후 거취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 전반기 여당 내 주도권 경쟁의 첫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선·지방선거 연승 이후 당내 '신 주류'로 떠오른 '친윤'(친윤석열) 그룹과 비주류 인사들 사이 세력 다툼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이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채울지 여부에 따라 차기 당권 레이스의 일정과 구도가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에 대한 징계 논의를 두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증거 인멸 교사만으로도 당 명예 실추시켰다'며 징계 당위성 주장하는 쪽과 '두 차례 선거 승리 이끈 당 대표를 증거도 없이 어떻게 징계하냐'며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한 상황이다.
당내 '친윤계' 맏형 격인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겨냥하며 "공천혁신을 한다면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을 분당을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正道)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분당을 같은 최고 승률의 지역은 정치 신진 기예들의 등용문으로 활용하거나, 그 지역에 깊은 연고가 있는 사람들이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날에도 정 의원은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 배반적이지 않냐"고 했다.
반면 이 대표 측 인사로 꼽히는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모 라디오 방송에서 "선거 때는 이준석 대표의 이슈 주도권이 도움이 되니 쪽쪽 빨아먹다가 선거 끝나고 나서는 '자기 정치하는 것 아니냐'며 앞뒤가 안 맞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위원장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관련, 대통령실에서도 전혀 이 대표의 방문에 난색을 표한 적 없다고 답변했고, 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지지를 표명했다"며 "이런 마당에 여당의 당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찾아 연대 의사를 표명하는 게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취재진들과 만나 이 대표 임기와 관련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 임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본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 혁신위와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 등과 관련한 당내 공개 비판 발언을 두고도 "권력다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준영기자 kjykjy@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주 이르핀 방문, 전쟁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 권성동 공동선대위원장, 정진석 의원 등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하며 밝은 모습으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