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의 지난 6일 첫 비판에 "어쨌든 기차는 갑니다"라고 이 대표가 반응한 대목, 정 의원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 묻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하자 이 대표가 정 의원의 지역구(공주·부여·청양)가 있는 충남권의 지방의회 비례대표 공천 청탁 정황을 거론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정 의원은 이날 오후 글에서 "정치 선배로서 한마디 적는다"며 "지난해 6월 이준석 대표가 우리 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 얼싸안고 축하해줬던 사람이 바로 저였다. 최근 이 대표의 언행에 당혹함을 감출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6일)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行)에 대한 우리 외교 안보라인의 우려를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며 "정치 선배의 우려에 이 대표는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 '새 정치의 기수'로 기대했던 그가 낡은 정치의 암수를 동원해, 논점 흐리기 덮어씌우기에 나섰다.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고 분노를 내비쳤다.
이는 앞서 이 대표가 이날 새벽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저는 공천관리위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면서 1차적으로 공관위에 책임을 넘긴 뒤 "가장 큰 이의제기는 충청남도 공천에서 PPAT(국민의힘 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이야기였고 그 사람을 안 넣어주면 충남도지사 선거가 위험하다고 이야기가 들어왔던 것이다. 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도지사 선거는 승리했다"고 주장한 것을 겨눈 것이다.
이 대표는 당시"자기 관할인 노원구청장도 (전략 또는 단수공천으로) 안 찍어내리고 경선한 당 대표에게 공천 관련해서 이야기 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정 의원이 '지도부 측근'으로 정미경 최고위원을 지칭, 기존 수원 지역구가 아닌 성남 분당을(乙) 당협위원장을 맡긴 것을 '당협 쇼핑'이라고 폭로한 것에 맞서면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압박한 셈이다.
이에 정 의원은 이 대표가 거론한 '충남 비례대표 공천' 관련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다. 이 대표는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며 "이 대표는 '당 대표에게 공천 관련해 이야기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라고 한다. 선배 정치인이 당 대표에게 한마디 하기 위해서 그토록 큰 용기가 필요합니까? 그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가 사실상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릴 수밖에 없다'는 어록을 인용해 자신에게 반격했던 것을 지적한 셈이다.
그는 "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당의 요청으로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와 (올해) 6·1지방선거에서 중앙당 공관위원장을 맡았다. 당원과 국민의 응원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당이 어렵고 힘들 때 언제든 앞장설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상대방을) 사람 좋다고 함부로 걷어차는 것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만 30분도 안 돼 정 의원의 글을 페이스북에서 직접 공유하면서 "공천의 총 책임자셨던 분이 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의아하다"며 "그리고 공천 관련해서 혁신위와 아무 관계없는 (당협위원장 선정을 맡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내용을 끌어들이신 분이 누구냐"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수원의 지역구 조정으로 지역구가 없어 서초(서울 서초갑) 등에도 지원한 바가 있고 그 때 저는 경선을 하도록 뒀다. 예전 당 대표들처럼 확실하게 밀어줄거면 그 때 찍어내린다"며 "그리고 이번에도 성남 분당(을)에 지원해서 조강특위에서 경쟁 이후 선임돼 통과된 상태"라고 했다.
이어 "부의장님이 분당에 정 최고위원과 경쟁한 다른 사람 중에 더 나은 사람이 있고 그래서 그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그 의견을 조강특위에 제시하시면 된다"며 "정 최고위원이 지원하는 것 자체를 막는 것도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성남 분당을은 당내 성남시장 경선에서 석패한 김민수 전 당협위원장의 지역구였다.
이 대표는 "또한 왜 이런 비판을 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냐고 하시는데 남을 저격할 용기는 본인도 저격당할 용기에서 나온다"며 "사람 언급해서 저격하신 분이 저격당하셨다고 불편해하시면 그 또한 내로남불이다. 당의 최다선이자 어른에 정치선배를 자처하시면서 선제적으로 우리 당내 인사를 몇분 저격하셨냐. 대표, 최고위원, 최재형 의원까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래놓고 먼저 때린 다음에 흙탕물 만들고 '대표가 왜 반응하냐' 이렇게 적반하장 하는게 상습적 패턴이라 이제 익숙해 지려고도 하지만 1년내내 반복되니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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