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통령 선거와 6·1 지방선거를 내리 패한 더불어민주당이 8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며 조기 수습에 나섰으나 극한 대립 중인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의 갈등을 봉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주도권을 쥐려는 친문과 친명이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분당 직전까지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전까지 혁신·쇄신작업을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운다는 계획이지만, 86 운동권 주류인 우 의원이 혁신을 할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8일 기자간담회에서 우 의원이 이끄는 비대위가 이날부터 추인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당무위원회와 오는 10일 열리는 중앙위원회의 추인까지 거치면 새 지도부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는 게 박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제가 고민이 깊었다"며 그간의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토로했다. 우선 패배를 단기간에 수습하려면 실질적으로 당외 인사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혁신을 주도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당내 인사중에서 후보군을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지선 패배 책임론이 나오는 마당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에 대한 평가작업을 공정하고 책임 있게 하려면 중립적인 인사가 주도하는 게 옳다는 판단 아래 선수별 추천을 받을 때도 중립적인 인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또 원로와 현역 중진 중에서는 보다 책임 있게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현역 당 중진이 좋겠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당내 86 운동권이면서 중진으로 무게감이 있고 당내 의원들과 관계가 상대적으로 원만한 우 의원으로 의견이 모였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가 할 일은 크게 2가지"라면서 "향후 2년 당을 이끌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아주 공정하게 잘 관리해야 하는 게 있고, 촛불 혁명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부터 이번 지선 패배까지 전 과정에 대해 철저하게 성찰하고 반성에 기반하는 당의 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차기 지도부가 새 리더십을 통해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혁신과 쇄신작업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당장 8월에 열리는 만큼,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친문과 친명의 세 결집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히려 '민주당의 집안싸움은 지금부터' 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당권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흐를 경우 내분사태나 분당사태로 흐를 수 있어 우상호 비대위가 사실상 이를 관리하는 '관리형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친문과 친명은 벌써부터 비대위의 성격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문 핵심으로 분류되는 홍영표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새로운 혁신 비전을 만드는 것은 하루 이틀 사이에 되지 않는다"며 "그것을 비대위에서 다 정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BBS 전영신의 아침 저널에서 "비대위 구성이 혁신적이지 않아 아쉽다"며 "국민이나 당원들 눈에 어떻게 비칠지 우려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룰을 두고도 이낙연계를 비롯한 범친문계는 기존 룰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친명계는 신규 당원에 대한 투표권 부여는 물론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을 대폭 늘리자는 입장이어서 거리가 있다. 여기에는 강성 지지층이 대거 포진한 권리당원 비중이 확대되면 '강성팬덤'을 보유한 이재명계가 전당대회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와 별개로 우 의원 본인이 인적 쇄신의 대상인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의 대표 인사라는 점에서 리더십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본인이 이미 총선 불출마선언을 해서 기득권을 내려놨고, 특히 대선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켜 치우치지 않는 조정·화합 리더십으로 이 위기 잘 타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임재섭기자 yjs@
우상호 의원이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민주주의, 전환의 기로에 서다'를 주제로 열린 '6·10 민주항쟁 35주년 기념 학술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