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방문 후 귀국길에 오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친 윤석열) 맏형 격인 5선 정진석 의원 간 설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6·1 지방선거 압승 직후 여당 대표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방문 명분, 2024년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당 혁신위원회 출범을 놓고 논쟁하던 양측의 갈등이 한층 더 거칠어지고 있다.
정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정치 선배의 우려에 조롱과 사실 왜곡으로 맞서고 있다"며 "어디서 이런 나쁜 술수를 배웠느냐"고 따졌다.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정 의원은 최근 정미경 최고위원이 경기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에 내정되자 이 대표가 '지도부 측근'의 '당협 쇼핑'을 방관한 것이란 취지로 비판했다. 성남 분당을은 당 성남시장 경선에서 석패한 김민석 전 당협위원장의 지역구였다.
이에 이날 새벽 이 대표는 "충남 공천에서 PPAT(공직후보자 기초자격시험) 점수에 미달한 사람을 비례대표로 넣어달라"는 공천 이의제기가 있었다고 맞불을 놨다.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를 둔 정 의원을 향한 공천 청탁 의혹으로 확전한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은 "(공천 청탁은)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 대표는 마치 제가 연관된 것처럼 자락을 깔았고, 언론들이 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치욕스럽고 실망이 크다"며 "공개적 위협으로 당의 언로를 막는 것은 3김 총재 시절에도 보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정치 선배의 우려를 '개소리'로 치부하는 만용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행에 우려를 표명하자 이 대표가 '그래도 기차는 간다'는 발언으로 무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도 "공천의 총 책임자셨던 분이 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의아하다"면서 "공천 관련해 혁신위와 아무 관계 없는 조직강화특위 내용을 끌어들인 분이 누구냐"고 즉각 반박했다. 한편 이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모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났으며, 9일 귀국한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윤석열 대통령께 전해달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며 "서울에 돌아가는 대로 대통령께 이런 부분에 대해 우크라이나측의 입장과 무엇보다도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상황들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기호기자 hkh89@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6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국민의힘 제공·연합뉴스>
이준석(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표, 박대출 의원,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6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