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인선 등 줄줄이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과거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며 "선진국에서도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은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정부 소속 법조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 그게 법치국가"라고 반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시민단체와 민변 출신들을 대거 기용했다는 점을 들어 자신의 인사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또 이 금감원장에 대해서는 "금감원이나 공정위원회 같은데는 규제 감독기관이고 또 적법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가능하게 일을 해야는 곳이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루는 사람들이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생각을 해왔다"며 "이 금감원장은 경제학과 회계학을 전공한 사람이고. 오랜 세월 금융수사 활동 과정에서 금감원과의 협업 경험이 많은 사람이고 금융감독 규제나 시장조사에 대한 전문가기 때문에 저는 아주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검찰 출신 강수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다만 윤 대통령은 기자들로부터 "검찰 편중인사 지적 때문에 후보군에서 제외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강 교수가 공정위원장 후보로 거론이 됐다는 것은 들은 바 있지만 그 이후에 어떤 과정들을 거쳐서 어떤 이유 때문에 배제됐는지 설명드리기 어렵고 설명드릴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금감원장 인선 이유가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 등 문재인 정권 관련 수사를 재개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 정권에 대한 수사라기보다는 금감원을 개혁하겠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장에는 그동안 학계·관료 인사가 많이 갔는데 이들의 서비스(업무)에 대한 불만이 업계에서는 많았다"며 "(윤 대통령의 생각은) 그간 업무와는 다르게,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봐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검찰 중용을 두둔했다. 검찰 출신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금감원장 인선에 대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적재적소 원칙을 지켰고 능력 위주의 인사를 했다고 보고 있다"며 "금융전문가를 임명한 통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상한 것 아니냐는 견지도 있겠지만 금감원이 고유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을 땐 외부인사를 수혈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라임·옵티머스 사태 시 금융감독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재수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야당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라디오에서 검찰출신 금감원장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며 "금감원은 금융기관 전체에 대해서 아주 막중한 영향력과 또 감독하는 기관인데 금융에 대한 전문가, 금융개혁과 고쳐야 할 금융관행에 대해 전문지식과 소신을 갖춘 분이 해야 하는데 전 부장검사가 금감원장으로 갔다고 하는 것은 시장과 금융계에 주는 메시지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