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지방선거 패배 수습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강성 팬덤 지지층을 고리로 논쟁을 벌이면서 '사분오열'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의 20·30대 여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 등이 이 의원에 '지선 패배 책임론'을 제기하는 의원들을 향해 문제 폭탄을 비롯해 비난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게 논쟁의 핵심이다.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은 개딸 등의 문자폭탄과 인신공격을 문제삼고 있고, 친명(친이재명)계는 '한 계파의 문제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파 간 당권 쟁탈전이 치열한 가운데 당 지지층 흡수·차단을 위한 논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9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개딸'과 관련해 "(조직적 배후가 있다는)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며 "문자 폭탄이 하루에 1000개, 2000개 오는 게 정상이라고 할 수 없고, 갈수록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조짐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위 말해 강성 지지자들, 팬덤들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의도적 좌표찍기를 통해 공격한다. 인신공격 정도가 아니라 협박한다"며 "제 사무실을 '치매가 아니냐'는 대형 대자보로 도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했다.
반면 친명계로 분류되는 안민석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자는 폭탄일 수도 있고 선물이 수도 있다"며 "대선 패배로 역사의 죄인이 된 민주당 의원들은 돌팔매 대신 문자폭탄 정도는 감수하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상 어디에도 당원 탓, 국민 탓을 하는 정당과 정치 지도자는 없다"고 했다.
어느 한쪽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혐오발언인 수박과 찢을 부르짖는 정치 훌리건들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며 이재명 의원과 이낙연 전 대표를 동시 겨냥했다. '수박'은 이낙연 전 대표 측을, '찢'은 이재명 의원을 각각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런 가운데 강성 팬덤 지지층을 품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팬덤을 당으로 끌어들였고, 결국 이들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이 2015년 대표 시절 도입한 '온라인 당원제'는 '문파'(문재인 극성지지층)를 양산했다.
이재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모멸감을 주고 의사표현을 억압하면 반감만 더 키운다"면서 강성 지지자, '개딸'에 자제를 촉구했다. 과격한 지지행위에 선을 긋고 당내 온전한 지지층으로 흡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같이 '개딸' 등 강성 팬덤정치를 둘러싸고 당 내부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계파 간 당권 쟁탈전 때문이다. 친문계와 친명계는 개딸 등의 투표권 부여 여부를 두고 전당대회 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친문계는 개딸의 투표권을 차단하기 위해 최소 6개월 전까지 입당한 권리당원에게 투표권을 주는 현행 당규를 고수하고 있는 반면, 친명계는 당규를 개정해 이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제 권리당원에는 강성 팬덤 층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 당내 이슈와 문제, 특정 정치인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팬덤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면서도 적극 반대를 못하는 이유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첫출근하며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