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이명박 전 대통령(MB) 특별사면에 대해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것은 안 맞지 않느냐"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선후보 시절 MB사면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아직 유효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과거 전례에 비춰서(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출근길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을 당시에는 "지금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으나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한발 진전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건강악화를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국민의힘 등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사로 사면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통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인 8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안보 관련 당정대 협의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좀 세우는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하면서 사면론에 불을 지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모든 정권이 1년차 8·15 때 국민 대통합 차원에서 사면을 대체적으로 실시했다"고 사면에 힘을 더했다. 또 CBS라디오에서도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됐다가 한 분(박 전 대통령)은 나갔고 또 한 분은 계속 수감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좀 불행한 일"이라며 "형평성 차원이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저는 사면이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3·9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다. 당선인 시절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사면을 건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만남이 무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에서 사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대답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어제 발언은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당장 이달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근차근 논의해 보자'는 의미로 읽었다"며 "사면이라는 게 아주 고도의 정치 행위이니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갑자기 급물살을 타고 이런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이달 내 이렇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여러 가지 전례들을 살펴보고 여러 가지 여론들을 수렴해서 때가 되면 논의하겠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너무 급박하게 생각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나토 참석 여부에 대해 "준비는 하고 있는데 확정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순방 관련 준비를 진행 중이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 비회원국 중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4개국 정상을 초청했다. 윤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첫 외국 방문이 된다. 또 나토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정상과의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한일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준비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미래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 한일간 문제가 원만하게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