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9일 북한의 핵실험 징후에 대해 "현재까지 시기를 예단할 수 없으나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복구와 내외부 장비연결 등 핵실험 준비를 상당 부분 마치고 갱도 되메우기 등 시간이 거의 걸리지 않는 일부 작업만 남겨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실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 감행될 수 있는 셈이다.
국방부는 한국, 미국, 일본의 국방 수장 등이 참석해 오는 10~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에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한미 회담뿐만 아니라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이 계획돼 있는데, 그 과정에서 핵실험이 일어난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내용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소집한 사실을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일단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춘 성격의 회의로 보이지만, 북한은 지난달 12일 당 정치국 협의회에서 이번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지난해 말 결정된 올해 국가 정책 집행실태를 중간 평가하고 '일련의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요한 문제들이 대남 정책이나 핵실험 관련한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된다면 외교적 관여를 할 의향이 있고, 이것이 앞으로도 우리가 지속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최근 괌과 주일 미군기지에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 첨단 전투기 수십 대를 전진 배치했고, 핵 항모와 강습상륙함 등도 한반도 주변으로 포진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최근엔 풍계리 갱도 주변에 특별한 활동량 변화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며칠간 비 예보가 있어 핵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실제 핵실험 시기는 더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풍계리 핵 실험장이 있는 북한 길주군은 오는 15일까지 비가 이어지고, 잠깐 그친 뒤 17일부터는 장마에 들어설 것이란 기상 예보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핵 실험에 쓰는 계측장비가 습기에 민감하고,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까지 15∼18㎞ 구간이 비포장 도로여서 비가 오면 계측 장비 등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재섭기자 y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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