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남' 비판 무관심하던 尹정부, 내각 여성비율 높인 건 다행이지만…"
"다보스서 尹처럼 '韓 여성고위직 적다' 질문받아…'그래서 내가 여기 있다'"
라가르드 총재와 재회 "'여자 욕먹지 않게' 더 열심…女 낙인 안 되게 새길 틀 것"
"다보스서 尹처럼 '韓 여성고위직 적다' 질문받아…'그래서 내가 여기 있다'"
라가르드 총재와 재회 "'여자 욕먹지 않게' 더 열심…女 낙인 안 되게 새길 틀 것"
나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다보스포럼 특사 네번째 후기 글에서 "윤석열 정부는 초기 (장·차관급 인사 발탁에서) '서오남'(서울대+50대 이상+남성)인지 하는 비판에 무관심했다가, WP(워싱턴포스트) 기자 질문에 내각 등에 여성 비율을 갑자기 높였다고 한다. 다행"이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언급된 WP 기자 질문은 지난달 21일 한국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WP 소속 여기자는 윤 대통령에게 "내각을 보면 여성 비율이 낮고 한국 같은 경우 여성의 대표성이 상당히 적다"며 이른바 '성평등' 향상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물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여성을 배제한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여성에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첫 지명자들의 낙마로 공석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각각 박순애 전 한국행정학회장(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과 김승희 전 한국당 국회의원(전 식품의약안전처장)을 내정했다.
이와 관련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다보스포럼 당시 진행된 미디어 브리핑에서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여성을 고위직에 안 둔다고 하더라'라는 질문을 외신으로부터 받았다며 "내 대답은 'That is why I am here'(그래서 제가 여기에 있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두 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그 자리에 올랐다. 그중 몇몇은 몇차례 만남을 통해 개인적으로도 무척 친밀감이 생길 정도로 가까워졌다"며 "여성이란 그 공통점이 살아온 인생에 녹아진 고단함, 그를 이겨내기 위한 치열함, 또 보완해준 디테일과 따뜻함 등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 중에서도 라가르드 유럽은행 총재를 꼽으며 "만나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분이다. 뛰어난 리더쉽은 차치하고 큰 언니같은 배려심에 엽렵함(슬기롭고 민첩함)은 늘 감동을 준다"며 "타고난 성품이 훌륭하지만, '여자 욕 먹지 않게' 더 열심히 활동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라가르드 총재의) 예전 IMF(국제통화기금) 총재 시절 '여성 리더쉽과 여성의 지위향상'에 대해 길게 논의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분야의 관심을 이야기하면서 편지에 가까운 서명을 'IMF story' 라는 책에 해 준 기억이 새록하다"고 회상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나도 늘 그랬던 것 같다"며 "최초의 여성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보수정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나에게 '최초'란 단어는 늘 나를 단련시키는 채찍이 됐다. 나 다음의 후배 여성들에게 새로운 길을 터줘야 한다는 사명감이라고나 할까? '블라블라 그래서 여성은 안 돼'라고 모든 여성이 낙인 찍히지 않게…"라고 자신을 투영했다.
한편 그는 또 "어제(10일) 주한 여성대사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한반도 정세, 국제정세에 대한 이야기 말미에 '젠더'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앞다퉈 말하며, 이건 저녁 먹으며 밤새워 할 주제라고 (했다)"라며 "재밌는 것은 EU대사 마리아(마리아 카스티요-페르난데즈)가 나랑 똑같은 거짓말을 아이 키울 때 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이가 아파 병원 갔다가 늦게 출근하게 되면, 아이 병원 이야기는 절대 안 하고 '본인이 치통이 있어 병원 다녀왔노라'고 상사에게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라며 "(판사 시절의) 나도 그랬다. 아이 아픈 것은 남자 부장판사가 이해가 안될테니, '내가 아파 병원갔다 왔노라'고…"라고 덧붙였다. 국제 여성 리더들과의 대화를 빌려 '워킹맘'으로서의 고충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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