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1 지방선거 승리 직후 출범을 예고한 '혁신위원회'가 이번 주 닻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대선과 지선에서 연패 후 내홍을 겪는 더불어민주당보다 혁신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는 물론, 차기 총선을 약 2년 앞두고 급증한 당원 관리 및 공천 제도를 사전 정비하자는 취지로 제안됐다. 다만 당내에서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맞물려 혁신 의제와 방향에 대한 사전 공감대가 부족했단 지적이 잇따랐다.
지도부 내 혁신위원 추천 작업도 순탄하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혁신위원장에 최재형 의원,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의 추천을 받은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까지 2명만 내정됐고, 배현진 최고위원이 추천한 초선 정희용 의원은 위원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최근 혁신위가 15인 규모로 꾸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12일 혁신위 구상을 적극 설명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모 방송 인터뷰에서 총선 공천제도를 혁신 의제로 띄운 배경에 대해 "공정함과 더불어 '이길 수 있는 사람'을 공천해야 하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그걸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새로운 인재 발굴을 포함해 혁신위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천권 다툼과 세력 분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반면교사로 들며 "여당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총선 공천이고, 그걸 시스템화하는 것에 상당한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문제의식 정도만 공유하고 최 위원장께는 제가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는 말씀은 따로 드리지 않았다. 당 구성원이 총의를 모아 정해야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의 취임 전 20만명대였던 당원이 1년간 80만명으로 급증했기 때문에 혁신위가 당원 관리 시스템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당원 경선제도 개선을 거론한 이유로 "지금은 본인이 어떤 주소를 써낸다고 검증되는 게 아니다"며 "(정당법 상) 개인정보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으뜸당원' 제도를 발안한 배경에 대해선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했던 말이다. 당원의 2등급 체계(일반당원·책임당원)를 3등급(으뜸당원 포함)로 만들 수 있다"며 "(기존 거대정당의) 대의원제가 굉장히 민심 왜곡을 가져오기 때문에 절대 하지 않겠다는 차원의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기존처럼 '당비 납부'만으로 당원 자격을 판단하지 않고 당내 행사, 소통플랫폼, 정책제안 등 참여 수준을 계량화하고 적극 참여하는 당원을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당원 우대 수준이 각자 참여도에 달린 만큼 소위 '조직 선거'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공천 제도 논의가 이르다는 지적에는 "몰상식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처럼 '나중에 당 대표가 선임되면 그 사람이 공천 앞두고 하면' 되는 건가. 절대 안 된다. (총선 직전) 그 한두달 남짓한 시간 내 당원들의 주소록을 어떻게 정리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게 문제인 걸 인식하는 사람이 저 말고는 아예 아예 없을 거다. 이게 지금 우리 당의 근본적 문제"라며 "당원민주주의 위협이고 공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하면 항상 공천권 생각밖에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