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120.6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84센트(0.69%) 내린 가격이지만, 주 단위로 보면 1.80달러(1.51%) 올랐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의 8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122.01달러를 기록했고, 두바이유(116.68달러)도 지난달 말 110달러를 돌파한 이래 120달러 선 바로 아래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휘발유·경유·액화천연가스(LPG) 부탄에 대한 유류세 30% 한시 인하 조치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정부가 유류세를 찍어누른 가운데서도 석유류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가 치솟자 유류세 인하 효과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각각 ℓ당 2037.5원·2030.8원이었다. 전주보다 약 20원씩 오른 가격이다.
문제는 정부가 추가로 꺼내들 정책이 전무하다는 데 있다.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해 유류세 실질 인하 폭을 37%까지 늘릴 수 있지만, 유류 가격을 이전 수준으로 끌어내리기는 역부족이다. 원화로 환산한 국제휘발유(92RON) 가격은 5월 둘째 주부터 6월 둘째 주까지 5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셋째 주부터 ℓ당 1100원대를 넘어섰고, 이달 둘째 주에는 1189.54원까지 상승했다. 이달 중에만 약 63원 올랐다.
일각에서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유가환급금 지급을 대안으로 거론한다. 다만 고물가 추세를 되레 더 자극할 우려가 있는 데다, 재원을 마련할 수단도 없어 현실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정부로서는 국제유가가 추가로 오르더라도 별다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시장에서는 고유가 국면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러시아 원유에 대한 기피심리, 오펙 플러스(OPEC+)의 제한된 증산, 석유재고 부족, 계절적 성수기 진입이라는 환경은 고유가 국면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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