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주최 '북한인권재단 설립 정책제언' 토론회 축사서 상반된 견해
尹정부 대북노선 변화 강조한 李 "美 맹방 사우디에 인권문제 할말 해…北 마찬가지"
權 "北인권 소극적 태도 않겠지만 실천엔 수단화 아닌 진정성 있는 접근 필요"
국민의힘 지도부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사이에서 13일 '북한인권' 문제 대응 노선을 둘러싼 온도차가 드러났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인권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지렛대로서 북한 압박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발언한 반면, 권 장관은 "상대의 여건을 고려하면서 수단화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접근에 기반"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탈북 고위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제언 대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이 대표는 현장을 찾아 축사를 했고 권 장관은 태 의원 측에 서면 축사를 보냈다. 현장에는 같은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원내대표, 김석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를 비롯한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6년 넘게 출범이 지체되고 있는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과 북한인권 개선·증진의 당위성에 입을 모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 제언 대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긴 터널을 지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로 달라지는 지점들이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당연히 북한에 대한 대처"라며 "북한의 일련의 도발행위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고 그것에 대해 국민의 평가도 좋다. 우리는 인권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지렛대로서 북한 압박 수단이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 북한이 사실 도덕성과 정당성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결국 북한을 옹호하는 일부 국가들과 사실상 방치하는 일부 상임이사국(중국·러시아)의 역할 때문에 지금까지 북한 인권에 대한 여러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압박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국제사회에서 인권이란 건 외교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개입 의혹이 있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마찰한 사례를 들어 "그것의 해소 여부가 맹방(盟邦·동맹 당사국)인 사우디-미국 관계 평가가 될 정도로 하나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는데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소위 '남북관계' 관점을 떠나 북한인권 문제를 비타협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을 겨냥 "민주와 인권에 대해 선택적 대처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며 "본인들이 민주화 운동에 많은 기여를 했다면서 도덕적 권위를 세워왔지만 홍콩·우크라이나 국제 이슈에 대해선 중국과 러시아 눈치보며 할말 하지 못하고, 북한인권문제에 대해선 항상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여 이율배반적이고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같은 경우 그런 모순을 가질 것이 아니라 정말 자유와 인권 가치를 모든 것의 중심에 놓고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인권문제는 결국엔 저희가 (실천을) 하기만 하면 된다. 인권재단 설립과 실제 활동을 해가야하는 거고, 젊은세대에 모순을 주지 마시라"고 했다.
그는 동·서독 통일 이후에도 독일이 동독에서 일어난 과거 인권유린 사태에 눈감지 않았다면서 "북한에서 일어난 수많은 인권유린 사태라든지 이런 것들을 잘 정리하고 결국엔 저희가 통일 이후에도 책임질 사람 책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며 "인권유린에 대해선 예외가 없이 엄정하게 어느 시점에나 다룰 수 있도록 해나가는 것이 진지하게 민주와 인권 그리고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정당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도 축사에서 "인권이란 문제는 인류보편의 가치이고 이 가치를 보호하고 증진해야 한다"면서, 지난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사례를 비판하며 원칙론에 가세했다. 그는 "우리 헌법 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 아닌가.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한다는 데 반대는 있을 수가 없다"며 "이건 '당위'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결단만 내리면 된다. 지금 당장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권영세(오른쪽) 통일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 가운데 권 장관은 서면 축사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 공약을 재확인하고 "우리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 결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지 않겠다"면서 "북한 동포들이 겪는 인도적 어려움을 더 따뜻한 마음과 실효적인 정책으로 함께 극복해 나가면서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대내외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런 노력은 의지를 넘어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그 실천은 또한 상대의 여건을 고려하면서, 수단화하지 않고 진정성 있는 접근에 기반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당시의 초당적인 협의가 다시 이뤄져 북한인권재단을 위한 과정들이 정상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재단 출범 시 법에 정해진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준비에 더욱 만전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권 장관은 지난달 장관 후보자 신분일 때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실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사용해야지, 북한 지도부에 창피를 주고 북한을 흔들어 대는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언론과의 질답에서도 "인권이 도구화·수단화돼선 안 되듯 인도적 지원도 도구화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고 신중론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공포 이후 6년 동안 여·야·정의 재단 이사 추천 불발로 설립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을 정상 출범시키기 위한 정책 제언을 공유하기 위해 열렸으며 태 의원이 좌장을 맡았다. 발제자인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명예회장은 그동안 통일부의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체가 위법·위헌 소지를 띤다고 지적하는 동시에, 현재 북한인권법 상에 불분명한 탈북민의 정의 등 미비점 보완과 '탈북민 강제송환 금지 및 송환결정 절차 투명화'를 법제화 할 것을 주문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탈북민 출신 청년인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등이 토론에 나섰다. 발제·토론자들은 북한인권재단 인적 구성을 탈북 인사들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 현재 통일부 산하인 재단을 법무부나 국무총리실 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둬야 한다는 의견 등을 제시했다. 정부 측에선 정재진 통일부 북한인권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