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연일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를 열고 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들 토론회에서는 2024년 국회의원 총선 참패를 면하기 위해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당권 도전을 모색하고 있는 이 의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선수별·그룹별 평가 토론회를 3개나 열었다.
86그룹(운동권 출신 60년대생·80년대 학번)의 초·재선의원이 주축인 연구 모임인 더미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 의원 책임론을 거론했다.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정권교체론이 문재인 정부 아래 민심이반과 구도 문제라고만 탓할 수 없다"며 "이 후보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후보가 가진 이미지 요소,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논란 등이 지지율 상승을 누르는 결정적 요인이었다"며 "무엇보다 이슈를 대하는 이 후보의 태도가 중산층과 국민 공감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도 이재명·송영길 출마에서 찾았다.
반면 송갑석 의원은 "패배 원인을 송영길·이재명 문제로만 국한할 수 없다"며 "170명 의원 모두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과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문제의식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책임론'에 대한 공방은 재선의원 토론회에서도 이어졌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김병욱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상황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이 책임론을 거론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며 '이재명 책임론'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간 갈등상황에서 당이 민심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점을 패인 중 하나로 꼽았다.
반면 친문(친문재인)계 신동근 의원은 대선패배 후 당내 공유된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 기류를 비판하며 이 의원에 대한 날을 세웠다.
지선 패배에 대해서는 "불리한 선거는 맞지만 해볼 만한 선거였다"며 "그렇게 생각했으니 이재명도 나오고 송영길도 다시 튀어나왔다"고 했다. 이어 '윤호중 비대위 체제'의 출범, 송 전 대표의 공천 출마 번복 과정, 이 후보의 인천계양을 보궐선거에 대해 "코미디"라고 주자했다.
초선의원들 모임인 더민초는 이날 토론회에서 대선·지선 책임자, 문재인 정부 책임자 등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선으로 후퇴할 것을 요구했다.
토론회를 마친 뒤 고영인 운영위원장은 "연이은 패배에 책임지는 정치가 필요하다"며 "책임 있는 분들과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냐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물론 친문계 전해철·홍영표 의원에게도 불출마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김세희기자 saehee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