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과 주식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가운데 금리는 계속 치솟자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한 사람들)의 비명이 날로 커지고 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등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영끌'로 부동산을 샀던 사람들은 원리금 상환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걱정에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전세 난민이 된 이들도 전세금 마련 걱정에 한숨 뿐이다.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30) 씨는 "코로나19 시국에 테크 주 호황으로 펀드 투자에서는 흔치 않은 130%대 수익률도 맛봤지만, 어느 순간 보니 코스닥 펀드 중심으로 폭락해서 본전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매일 밤 이번 생은 틀렸나 자책하며 과음하고 있다. 생활비도 줄이고 매주 '로또 명당'을 찾아다닌다"고 덧붙였다.
치솟는 물가 때문에 숨이 막힌다는 호소도 터져 나왔다. 종로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34) 씨는 "주식이 마이너스 30%라 주식계좌를 닫고 싶어도 아직 팔지를 못해서 닫을 수가 없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너무 올라서 소비를 줄여도 효과가 작다. 기름값도 올라 요샌 차도 두고 다닌다. 밥은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가상자산으로 큰 손실을 본 사람들은 정신과 상담이나 종교, 점 등 무속에 기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고블린 코인' 사기로 1억5000만원을 잃고 삶의 의욕도 잃었다는 박모씨(45)씨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초대를 받고 2∼3개월 지켜만 봤는데 주식으로는 더는 큰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고급정보를 알 수 있다고 유도해 들어갔다. 고블린 코인이었다. 그러다가 담당자는 '잠수'를 탔고 100원까지 폭락했다. 퇴직금을 날린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는 투자 안 하고 손을 끊었다. 일반 직장인이 만회하긴 쉽지 않다. 마음을 비우고 다른 일을 해서 벌고 있지만 너무 우울해서 한두 달은 밖에 나가지도 않고 울기만 했다. 상담도 받고, 종교에도 기댔다"고 덧붙였다.
과거 '노동 소득'으로 회귀하는 젊은 층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에서 고시원을 운영하는 박모(34) 씨는 "코로나19 때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으려 해도 지원금을 많이 주고 하니 모이질 않았는데 최근에는 하루 2∼3시간 근무에 월 70만 원 지급 공고를 내도 20명 가까이 면접을 보러 온다. 오는 사람도 대학생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시원 운영자들 사이트에도 보면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젊은층이 많이 몰린다는 얘기가 공통으로 있다. 자산가치가 붕괴하면서 다시 노동 소득의 시대로 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